자유게시판
13,813 개

소소하게 수다나 떨자는 곳입니다. 무슨 얘기든지 좋습니다.
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 관람은 미친 짓이 아니다. ^^;

cinema
2002년 06월 29일 01시 11분 38초 5546 3 9
결혼은 미친 짓이다.

어제 영화계 선배 한 분과 술을 마셨다.
그 분은 이미 두 자녀를 둔 중년으로 세 편 이상의 영화에서 프로듀서를 했던 분이다.
그 분이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함께 술을 마시던 일행에게 당부했다.
'결혼은 서두를 필요가 없어. 이 사람 저 사람과 지겹도록 사기고 지겨워 미치겠다 싶을 때 결혼해도 늦지 않다 이 말이야...'
일행 중 몇몇은 지겹도록 사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차라리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투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선배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술 잔을 기울이며, 한 마디 더 하셨다.
'결혼생활은 금방 지겨워지거든... 근데 둘이 만들어 놓은 애는 정말 귀엽거든... 귀여워, 씨바, 근데 그 귀여운 애도 다 족쇄라는 거지. 함정이야. 함정...'

문득 얼마전에 본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생각났다.
정말 결혼은 미친 짓일까?
해도 후회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한다면 차라리 하고 나서 후회하겠다는 결론이 대부분인 결혼...
결혼은 이렇다 저렇다는 결론도 나지 않는 진부한 말들로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이 영화는 2000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영화화한 것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지만, 소설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소설에서는 나와 그녀의 이야기 이외에도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친구에 관한 이야기가 가볍지 않은 무게로 다뤄지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대부분 나와 그녀의 관계에만 집중하고 있다.(그나마 친구 '규진'의 이야기는 상당부분 살아 있다.)
소설에서 '나'는 삼남매 중 둘째로 나오는데 반해 영화에서는 삼남매의 맏이로 나오고, 몇몇 상황과 에피소드들이 소소하게 변화되었다.
한마디로 '나와 그녀의 관계'에 집중하기 위해 군더더기 같은 부분들은 과감히 삭제하고 맛깔라는 대사들은 최대한 살리는 등 9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녹녹치 않은 주제를 담아내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는다면(혹은 그 반대가 되어도 좋다.)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는데 발휘해야할 솜씨란 어떤 것인가를 느껴볼 만한 기회가 될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원작소설 자체가 행동 묘사나 심리 묘사에 뛰어난 관찰력을 보이고 있는 데다가 맛깔나는 대사들로 꾸며져 있어 실험적인 형식의 시나리오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런 소설을 놓치지 않고 영화로 살려낸 유하 감독의 녹슬지 않은 감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야한 포스터를 내세우며 '노출'과 '엄정화의 과감한 섹스씬' 등으로 싸구려 포장된 영화는 겉모습과 달리, 오프닝의 결혼식장 롱테이크 시퀀스부터 심상치 않은 내공을 발산하고 있다.

자칫 이상한 관계로 비쳐지기 쉬운 나와 그녀의 관계는 영화가 진행될 수록 묘한 매력과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현실적인? 관계로 읽혀지고, 에이스를 구하지 못해 받아들인 듯한 '엄정화, 감우성' 카드는 에이스보다 더 나은 조커였다는 사실이 이내 밝혀진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그리 호락호락한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장면 곳곳에서 세심하게 신경쓴 노력들을 엿볼 수 있었고, 시종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는 감각을 잃지 않고 있었다.
이 영화는 동명아트홀(구 계몽아트홀) 상영을 끝으로 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여러분들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극장에서 빛을 발하는 영화이거늘...

결혼은 미친 짓이다!
과연 그럴까?
결혼은 미친 짓이다?
그런 것 같다! ^^;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violet914
2002.07.30 17:32
결혼 한 사람은 한것을 후회하고 안한 사람은 한 후에 후회한다고 한다.
그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Profile
m0020039
2002.08.08 19:45
리얼하게하네
엄 연기자는 연기는 잘못하네
써프라이즈
2002.08.11 16:08
누군가 그랬지요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안하는것 보다는 ...
글 등록 순으로 정렬되었습니다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대상이 특정되는 비방,폭로 등의 글은 삭제합니다 10
새글 (상호무페이 포폴 작업) 룩북 및 세가지 컨셉 모델 구해요 junge 2024.08.16 1
새글 패러디로 구독자 헌정영상 만들어 보았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 (엄근진) 금금 2024.08.16 1695
새글 의정부에서 영상 관련 수다떠는 무료 행사가 있는데 같이 하실 분? 댕이 2024.08.15 4621
서울 자취지역 질문드립니다.. 2 SUVI 2024.08.15 10622
영화 사운드 믹싱 구인합니다. 5 새모 2024.08.14 10803
청소년 단편영화 제작캠프 참가자 분들을 모집합니다! 씨네프렌즈 2024.08.14 10833
컬러스페이스 xyz topgun123 2024.08.14 12231
대학원 연출전공 포트폴리오 촬영카메라 1 여여 2024.08.14 14112
캐스팅 디렉터에게 갑질을 당한 경험 있으신 분들 빠른발 2024.08.14 14106
연기 학원들은 어떤가요 ? 3 주석훈 2024.08.14 17031
예술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돕고자 합니다. Artn7 2024.08.13 17980
유명인(인플루언서, 연예인) 에게 갑질 당하신 분 모집 촬영성현 2024.08.13 17983
메인플러스 캐스팅 제의 10 으하학 2024.08.13 18554
안녕하세요. 액팅 클라우드 팀입니다. 빠른발 2024.08.13 19403
앵무새 모델(?)은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지 아시는분 계신가요? 에이웍스 2024.08.13 23396
극단모집 오디션 공고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2 영팔이 2024.08.12 25828
제발 읽어주세요 그리고 조심하세요..!! (특히 여성분들!!) lookaram00 2024.08.12 26880
광고나 뮤직비디오 프로덕션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뎌니 2024.08.12 26367
DI 컬러 작업 무페이로 합니다 ! 2 gwanjae 2024.08.12 30044
제품컷 촬영 포토+스튜디오 같이 연계되어 있는 곳 아시는 분 계실까요 1 액션감염 2024.08.11 31090
1 / 691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