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은 20대 남성을 뜻하는 말이지만, 모든 20대 남성을 대표하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일부 남성들이 여성과의 경쟁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분노를 표출하는 현상은
분명 존재한다.
난 그들을 비판하기 위해 이 글을 쓰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오죽하면
한창 건강하고 활력 넘쳐야 할 세대가 "여성과 평등해야 한다"고 외칠까? 그런 절박함이
생긴 배경에는 혹독한 경쟁 위주의 사회 구조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들은 그냥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일 뿐이다. 문제는 그
화풀이의 대상이 여성이라는 점이고.
예를 들어보자. 소방서에 기존에 남성 소방관 10명만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올해부터
남성 8명, 여성 2명으로 구성되었다.
기존에 합격한 남성 8명은 여성 소방관이 들어와도 별 불만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근무
환경이 더 밝아졌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은 반발한다. "여자가 무슨 힘
으로 화재를 진압하냐?"고.
그런데 소방관의 업무는 화재 진압만이 아니다. 서류 작업, 신고 접수, 구급 업무 등도
포함된다. 사실상 체력이 아닌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관도 많다. 그렇다면 여성 소방
관이 그 역할을 맡는 것이 꼭 부당한 일일까?
만약 이대남들의 주장대로 여성 소방관을 모두 내보내고 남성으로만 채운다면, 과연 그
자리에 자신들이 들어갈 수 있을까? 선발 과정은 여전히 경쟁이다. 여성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라면, 남성들 사이에서도 밀려날 확률이 크다. 그러면 그때는 누구를
원망할까?
또한, 그들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하게 주장한다. 물론 여성가족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복지 사업을
통해 남녀노소 모두 혜택을 받는다. 이대남들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그 대상일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는 수백만 년 동안 차별되어 진화해왔다. 하지만 사회 구조는
변한다. 과거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적합하다고 여겨졌던 역할들이 이제는 성별에
관계없이 수행될 수 있다.
"내가 저 여자보다 힘이 센데 왜 저 여자가 뽑혔지?"라는 불만을 갖기보다는,
"저 자리는 여성이 해도 무방하겠네"라고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다른 건장한 청년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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