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QSTUDIO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유
내 경우
내 생활을 뒤흔들게 되는
깨달음은 책을 통해 고상하게 오지 않았다.
늘 새로운 일이 매일 일어나기를 바란 내가
가장 많이 한 혼잣말은
왜 오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지
였다.
하루는
아내 앞에서
나도 모르게 또 그 혼잣말을 했다.
왜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대답할 필요없는 내 혼잣말에
아내는 답답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당신 요즘 아무 일도 안 하잖아.
아내를 나를
워리어 warrior 용사 아닌
워리어 worrier 걱정(만)하는 놈이라
놀리곤 했다.
나는 thinker 라고 항변했지만
doer 인 아내 앞에서
나는 워리어 worrier 였다.
종종 들었던 말인데
그날은 그 말이 천둥처럼 들렸다.
오늘 아무 일도 안했는데
어떻게
내일 어떤 일이 생기기를
나는 바랬던걸까?
순간
내 마음이 왜 도둑놈 심보같이 느껴졌을까?
나는
그날부터 “매일”해야 할 일들을 찾아
농부처럼 그 일들을 오늘에 심었다.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매일 사진을 찍었다.
매일이 각인된 순간이었고
매일의 힘을
나의 힘으로 삼자, 라고 결심했다.
난 대단하지 않아.
그러니
매일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도
매일 매일 잘 해야 해, 라는
꽤 절박한 심정이었다.
심지 않고 거둘 수 없다는
당연한 말을 믿기로 했고
거둘 때는 알 수 없지만
거둘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니
그것을 믿고 매일을 심었다.
대단하지 않아도
지금의 내가, 세이큐가 좋은 이유는
어쨌든 내가 지은 농사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내가 매일 심은 것은
아침 7~9시까지
스타벅스 2시간이다.
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스튜디오 근처 스타벅스에서
그 시간을
읽고 쓰고 궁리하고 멍 때리며
심었다.
심는데 집중하다보니
왜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라는
혼잣말을 잊었고
그런 조바심없이 산다.
그런데
요즘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바랐던 일들인데
이뤄지지 않았던 일들이고
그 일들이 지금 이뤄지고 있다.
그 이뤄짐을
내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아, 이게 농사를 짓는 재미구나.
이런 리듬으로 사는 거구나.
그냥 오늘이라는 매일을 심는거구나.
내일도 찍자, 오늘처럼.
#세이큐스튜디오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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