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큐 스튜디오] 왜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sayq 2020.02.06 21:42:52

@SAYQSTUDIO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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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

내 생활을 뒤흔들게 되는 

깨달음은 책을 통해 고상하게 오지 않았다.

 

늘 새로운 일이 매일 일어나기를 바란 내가

가장 많이 한 혼잣말은

왜 오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지

였다.

 

하루는

아내 앞에서 

나도 모르게 또 그 혼잣말을 했다.

 

왜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대답할 필요없는 내 혼잣말에

아내는 답답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당신 요즘 아무 일도 안 하잖아.

 

아내를 나를 

워리어 warrior 용사 아닌

워리어 worrier 걱정(만)하는 놈이라 

놀리곤 했다.

 

나는 thinker 라고 항변했지만

doer 인 아내 앞에서 

나는 워리어 worrier 였다.

 

종종 들었던 말인데

그날은 그 말이 천둥처럼 들렸다.

 

오늘 아무 일도 안했는데

어떻게

내일 어떤 일이 생기기를 

나는 바랬던걸까?

 

순간 

내 마음이 왜 도둑놈 심보같이 느껴졌을까?

 

나는 

그날부터 “매일”해야 할 일들을 찾아

농부처럼 그 일들을 오늘에 심었다.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매일 사진을 찍었다.

 

매일이 각인된 순간이었고

매일의 힘을 

나의 힘으로 삼자, 라고 결심했다.

 

난 대단하지 않아.

그러니

매일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도

매일 매일 잘 해야 해, 라는

꽤 절박한 심정이었다.

 

심지 않고 거둘 수 없다는

당연한 말을 믿기로 했고

거둘 때는 알 수 없지만

거둘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니

그것을 믿고 매일을 심었다.

 

대단하지 않아도

지금의 내가, 세이큐가 좋은 이유는

어쨌든 내가 지은 농사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내가 매일 심은 것은

아침 7~9시까지

스타벅스 2시간이다.

 

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스튜디오 근처 스타벅스에서

그 시간을 

읽고 쓰고 궁리하고 멍 때리며

심었다.

 

심는데 집중하다보니

왜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라는

혼잣말을 잊었고

그런 조바심없이 산다.

 

그런데 

요즘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바랐던 일들인데 

이뤄지지 않았던 일들이고

그 일들이 지금 이뤄지고 있다.

 

그 이뤄짐을

내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아, 이게 농사를 짓는 재미구나.

 

이런 리듬으로 사는 거구나.

그냥 오늘이라는 매일을 심는거구나.

 

내일도 찍자, 오늘처럼.


 

#세이큐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