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드네요. 분명 글쓴이의 말에 동감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깝습니다.
저는 영화가 '사람'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봅니다. 그 과정속에서 감독도 배우도 '사람'과 '감정'에 대해 좀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되고, 그 결과물로 영화가 세상에 나와 관객들과 만나게 됩니다. 영화는 인물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가치는 '공감'입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하는 우리는 보통 사람들보다 타인에 대한 공감을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님들도 하루하루가 힘드시지만, 단편을 준비하는 감독들 역시 힘든 건 매한가지 입니다. 물론 돈이 많아서 재미삼아 찍어 보시는 감독님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알기론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그나마 영화는 학벌을 따지지 않는 분야중에 하나기에 누구나 시작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죠. 그래서 보통 금전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생들도 결국에는 부모의 돈으로 만들어 보니까요. 단편 하나를 찍기 위해선 아무리 적어도 일이백정도는 들어갑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영진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작품들은 그 모든 제작비를 감독이 부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돈이 없으면 찍지 말아야 한다고요? 뭐 그렇게 말하신다면 저는 반박하지 않겠습니다만, 제가 얘기 하고 싶은 건 좀더 그들을 '공감'해보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역시 마음 속 깊이, 제대로 페이도 못주면서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작업이 순조롭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면, 훗날 시나리오를 쓰다가 배우님을 떠올리고 연락이 올겁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배우님들이 '사람'을 남기는 작업으로서 영화를 바라봐주시길 바란다는 점입니다. 물론 몇몇의 이상한 사람들은 배우들의 무페이를 당연시 여기고 함부로 대하기도 합니다. 전 그분들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인성이 되지 않은 감독 혹은 제작자들은 영화를 만들지 말아야지요.
배우님들게 부탁드립니다. 본인이 연기에 자신이 있으시고 이를 통해 돈을 버실 생각이시라면 단편영화는 잘못된 선택입니다. 단편을 만드는 누구도 그것으로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하지 않습니다. 훗날 장편을 데뷔하기 위한 습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단편영화가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은 그것을 통해 자신의 연출실력을 키울 수 있고, 또 배우들과 작품을 접근해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배우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메이저 영화 혹은 드라마에선 짧은 대사 한 줄이었지만, 단편에선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캐스팅 디렉터나 인물 조감독들의 시간을 뺏지 않으면서도 그들에게 자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 곧 단편영화입니다. 서로에게 윈윈이 될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는 자신과 철학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죠. 그런 사람들은 그냥 마음속에 블랙리스트로 남겨 놓으세요.( 그런 분이 잘 나갈 수도 있습니다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단편영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돈을 먼저 물어보시기 보단, 시나리오를 먼저 받아 보세요. 시나리오를 읽고 캐릭터를 분석해서 과연 이 작품이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지.. 감독의 세계관에 동의하는지.. 내 시간을 써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배우로서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는지...(이미지 단역 같은 것은 과감히 페이를 요구해도 됩니다.) 그런 시간들이 감독으로 하여금 배우님들을 새롭게 보게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결국 사람사는 세상입니다. 함께 영화를 할 사람들끼리 너무 감정적으로 부딪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답변을 남깁니다.
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