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5월 9일.
2009년 4월 5일. “
지금은 2023년 5월 12일.
첫줄의 일자는 이곳 필름메이커스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 첫글을 남긴 날이고, 둘째줄의 일자는 이곳에 마지막 글을 남긴 날이네요.
(아, 예전 닉네임이 'cityman'이었군요.ㅎ)
무려..
5879일 (만 16년1개월3일) 째 되는 날에 다시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16년만에 생존기록과 그간, 그동안 거쳐왔던 삶의 흔적을 이 작은 공간에 남깁니다.
난생 처음으로 영화인의 꿈을 가진건 중학교 2학년 시절. 시골 동네에 딱 하나 있는 동네 영화관, ’구리극장’에서부터였습니다.
지금은 수도권 인근의 가장 번화한 도시 중 하나로 성장해서 멀티플렉스 극장이 몇개 생긴 번듯한 서울 외곽의 훌륭한 도시의 모습을 갖춘..
구리시. 옛날에는 ‘구리읍’이라고 불리우던 그 동네는 판자촌과 들, 논, 산 주위에 건물 몇개 밖에 없던 정말 시골 촌동네였지요. 그 동네로 가족과 함께 이사를 한게 3살 무렵, 1970년대 초 무렵이었습니다.
3살때. 어머니품에 안겨 이삿짐 트럭 조수석에 앉아 처음으로 보이던 장면이 지금의 돌다리로 향하던 교문사거리 풍경인데, 도로 좌우로 들, 논, 밭.. 그리고 왼쪽에 병원건물 하나, 오른쪽에 작은 마을이 있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이때가 3살때라는 사실은, 나중에 그곳으로 이사한 시기가.. 나중에 제 나이 세살때라는 어머니의 말씀으로 3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겁니다.)
국민학교 다닐 때 엄마손을 잡고 영화관을 들어서 처음 본 영화가 ‘월하의 공동묘지’였던걸로 기억.. (이 영화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덤 안 빠알간 조명의 터널같이 좁고 긴 동굴같은 곳을 귀신이 쫓아오는거 같은 장면이 정말 무서웠던 기억이..)
중학교 2학년 시절. 거의 매달, 혹은 몇달에 한번씩 그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보곤 했었는데.. 그때 영화관에서 본 영화들로 인하여, 가히 내 인생에 극적인 인생역전, 반전의 계기. 그 기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2의 인생, 삶’을 살 수도 있다는 느낌의 간접체험,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는 충격이 들었고, 그 경험은 ‘나중에 난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할거야!’라는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답니다.
왜냐하면. 그 시절, 아버지는 사업을 한답시고 늘 지방을 다니시긴 하는데 집은 찢어지게 가난해서, 열몇개 되는 단칸방이 모여있는 구석자리 좁은 방(현관을 열면 부엌, 그리고 방 하나 있는)에 살고 있었습니다. 돈도 못버는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는 생계유지를 위해 어렵게 식당일을 하던..
그 방 옆으로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재래식 화장실 하나가 바로 옆 개울가 둑방위에 아술하게 세워져 있는.. 그 옆 개울은 여름이면 늘 홍수가 나서 바로 집앞까지 물이 범람할 정도로 아슬아슬했고, 돌다리라 불리는 그 개울 윗쪽으로는 위로 도로가 있는 어두운 터널이 무서워 보였던 기억.. (그 터널 안으로 몇번 들어가려 들어서기도 했던 기억. 쥐들이 돌아다니는 어두컴컴하고 퀘퀘하고 좁고 습한 무서웠던 공간.)
그시절, 그 무렵 기억의 습작을 글로 나열하자면. 죽기 전에는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간간히 글로 적었던 적도 많았지만, 지금 그 글은.. 오래전 동네 전체가 물에 잠겨 흔적도 없이 흘러가버렸네요. 오직 이 머릿속 기억 한켠에 다행히 아직 남아 있어 이렇게 되돌아 봅니다. 그 시절, 그 때의 기억을 찾으며…
…
아뭏든,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나 국민학교 학생이었던 저는 어느새 청년, 중년을 거쳐 어느새 장년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간, 젊었던 어느 시절에 영화제작에도 참여해 봤었네요. 제가 발굴한 시나리오가, 결국 다른 회사에서 개봉했지만 흥행에도 대박이 났었고. 국내, 해외 영화제에도 참여해 많은 경험, 추억들도 만들 수 있었고. 그 이후, 15년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을 했던 무수한 일, 일들하며 온갖 사건, 사고들.. ㅎ 세월이 어느새 지금까지 이렇게 흐르고 있었네요.
잠시 오랜 과거, 추억의 시간여행을 하다가 눈을 떠 보니, 지금은 작은 IT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구리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일산에서.
……
퇴근 후. 오랜만의 이른 퇴근에 창을 열고 창밖을 보니 호텔 앞에서 뭔가 어수선한 장면들. 구급차, 경찰차, 소방차, 경찰특공대차량,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면이 있길래.. 호텔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웹툰 원작의 ‘부활남’이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창밖을 내다 보니, 마침..
‘레디~ 액션!’하는 감독님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립니다.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드는 저 소리…
그러고보니, 지금은..
영화의 꿈.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꿈은 어느새 과거가 되었고, 지금은 그냥 평범하게 수도권 외곽의 어느 도시에서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나’라는 존재가 느껴집니다.
아, 아직 포기한건 아니네요. 이렇게 영화 촬영현장을 보고, 다시 뛰기 시작하는 제 심잠이 느껴지는걸 보니..
나와는 다른 인생, 나와는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 영화배우가 되서 나와 다른 주인공이 되거나. 영화제작을 하는 감독, 스텝, 혹은 제작자. 어느 누군가가 되어서라도 영화에 빠져들며 그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꿈.
저기 아래, 호텔 앞에서 촬영하는 저 공간, 저곳에 있는 누군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저와 같이 이런 꿈을 꾼 그의 현실이겠지요.
〃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된다 〃
2023년 6월 12일. 늦는 밤.
일산 어느 '영화 촬영현장'을 내려다 보며.....
// #추억여행 //
취중독백이라 오타가.,
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