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낙후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휴지에 손을 자연스럽게 뻗다, 의도한게 아니라는 듯, 뻗었더 손을 다시 회수하곤 그대로 팬티를 치마 사이로 치켜 올리는 교복을 입는 세미.
문앞에선 40초반으로 보이는 안경낀 사내 남자가 초조한 듯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를 낀모습이라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세미는 아저씨가 보는 앞에서 팬티를 벗어 꼬깃한채 접혀진 속옷을 그대로 건넨다. 아저씨는 받아들고는 촉촉하게 젖어있는 팬티를 보고는 재빨리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안쪽주머니에서 오만원 짜리 한장과 말보루 담배 두 갑을 꺼내 건넨다.
"삼일 입은거 맞지? 담에보자" 사내가 황급히 말하고 사라진다.
ㅡㅡㅡ
과거
인스타를 보는 세미. DM엔 수십명의 남자들로부터 구애의 쪽지가 들어 있었고, 자신의 인스타엔 인기있는 카페에서 찍은 수십개의 사진이 있었다. 하나 같이 예쁘고 장소도 달랐다. 입고 있는 옷도 겹쳐 보이는 게 한 장도 없는 듯 보였다.
-당근 마켓-에 알림이 울린다.
"니트 마음에 들어서요. 제가 직접 갈건데 3천원만 빼주심 안돼요?"
"네 가능요 ^^ 오늘 선릉역 6시 괜찮으세요?"
여성옷사이트에서 맘에 드는 옷을 발견한 세미는 통장의 잔고를 확인한다.
3만원이 모자른다. 휴대폰을 집어들어 아빠한테 전화를 거는 세미.
"아빠 용돈 3만원만 주면 안돼?"
"며칠전에 엄마몰래 줬잖아. 또 다 쓴거야?"
"아 몰라 끊어"
자신의 서랍을 뒤진다.
철지난 비키니 수영복이 있었다. 그대로 침대에 보기 좋게 펼친 다음 사진을 찍어 당근마켓에 올린다.
<작년에 한 번 입었던 수영복 1.8만원에 팝니다>
조회수는 높은데 연락이 없다. 포기한듯 지울까 말까 망설이지만, 그대로 냅둔다. 침대에 누우니 쪽지가 온다.
"비키니 관심있는데요. 혹시 남잔데도 살수 있을까요?"
조금 망설이는 세미 . 어차피 물건이고 사연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쪽지를 적어본다.
"네"
"저 죄송한데 저 이상한 사람은 아니구요 ㅠ
오늘 입으시고 내일 그대로 저한테 파시면 두배로 쳐드릴게요"
표정이 일그러지는 세미. 그러나 신고버튼을 누르려다 생각에 잠긴다.
"5만원이면 그렇게 할게요"
"네 콜이요"
ㅡㅡㅡ
택배 박스를 뜯는 세미. 박스안엔 쇼핑사이트에서 찜해뒀던 옷이 있었다.
싸구려 수영복을 구매하는 세미 컷
같은 장소에서 남자들만 바뀐채 속옷을 벗어 건네는 세미 컷
인스타에 한껏 치장된채 예쁜 옷들과 핫한 장소에서 사진이 올라오는
세미의 인스타 컷들 .
DM에 하루에 수십장씩 오는 세미의 인스타.
DM에 잘생긴 미남이 맘에 드는지 쪽지를 보내는 세미.
ㅡㅡ
식당에서 키 180에 한껏 꾸민 남자와 세미가 떠드는 모습
ㅡㅡ
세미의 집.
여느 때 처럼 당근마켓에 쪽지가 온다.
"혹시 입던거 파실수 있으세요?"
"세미는 익숙한듯 1.8만원이라고 적힌 제목과 아랑곳없이
4만원에 팔아요"
"그 자리에서 바로 벗어서 주시는거죠?"
"네"
"저 혹시 제가 주는 용기로 소변 담아 주시면 10만원 드릴게요.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ㅠ 가능하세요?"
세미는 혼잣말 한다
"미친새키"
그리고 당근마켓에 대답한다.
"네 해볼게요"
ㅡㅡ
허름한 상가의 화장실 .
세미가 먼저 기다리고 있다. 사내가 어숙한 입구를 지나 주머니에 무언가 꺼낸다.
욘기인듯 투명색의 자그마한 플라스틱 통이다. 사내가 점차 다가온다. 마스크를 낀 50대 초의 사내.
세미와 사내는 마스크를 낀채 서로를 쳐다본다. 경악스러움에 몸을 떠는 세미와 당혹스러움에 시간이 멈춘 듯한 사내.
"아빠?"
ㅡㅡ
방문을 잠그고 이불안에 들어가는 세미. 인스타 알람에 자연스레 보게된다.
좋아요와 댓글들 그리고 쪽지들까지. 싫지는 않은듯 인스타를 본다.
ㅡㅡ
며칠이 지났는지는 모른다. 세미는 당근 아이디를 새로 판듯 . 계정의 판매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그녀의 온도는 36.5다. 글을 작성하는 세미 .
<작년에 한 번 착용한 비키니 1.5만원에 팝니다. Only택배거래만>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