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입니당
yjidol92
2009.04.23 00:10:46
봐주시고 마구씹어주세염제목미정
촬영기간: 5월 17일~23일 에피소드별로 나눠서 촬영.
하모니카로 치는 노래가락으로 생각나는 것들. 가락으로 완성되는 기억
제 3자의 하모니카 소리. 그 가락을 듣는 사람들.
아마도 전재덕의 하모니카 연주곡들을 쓸 생각임.
등장인물: 하모니카 연주자L, E1의 정아(대현친구), 웅산(대현), 희주(대현친구), E2의 남자, 여자(나캉), E3의 소녀(비비), 엄마(목소리만있으면돼욤)
장소: 공원, 다세대주택 복도, 둑길, 방 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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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공원. 사람들은 많지 않고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바쁘게 여기저기로 이동한다. 공원 한 쪽 구석에는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걸쳐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모르겠는 사람이 하모니카를 불고 있다. 화창한 날씨 때문인지 하모니카 소리는 굉장히 아름답다.
자신의 연주에 푹 빠져 눈조차 뜨지 않는 L앞으로 한 여자가 다가와서 쭈그리고 앉아 감상한다. L이 연주를 마치고 눈을 뜨자 그녀는 시원하게 웃으며 박수를 친다. L은 그녀를 향해 싱긋 웃어주고 다음 곡을 시작한다.
정아 회상)
밑에 집에 사는 웅산을 좋아하는 정아. 아침마다 같이 학교 가자고 할까 말까를 생각하다가 매일 실패했지만 오늘만큼은 꼭 같이 가리라 마음먹고 웅산이네 집으로 간다.
웅산이네 집 문 앞에 서서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웅산아! 학교가자!!!"하고 동네가 떠나가라 외친다. 안에서 웅산이네 엄마가 웅산이 나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정아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서 그런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안 쪽에서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나자 긴장은 더욱 커져만 간다. 문이 열리고 나오는 웅산이의 모습에 정아는 날아갈 듯 기뻤지만, 그것도 잠시. 뒤에 따라 나오는 계집애는 우리 반 얼짱 희주잖아?
실패구나 하는 생각에 웅산이랑 같이 학교 가는 기쁨도 잊은 채 터벅터벅 학교로 향한다.
하모니카 연주는 멈추고 L은 정아를 보고있다. 정아는 약간 아래쪽을 응시하며 살짝 살짝 웃는다. 그런 정아를 보고 L은 '웃긴 곡은 아니었는데........'하고 말한다. 정아는 이 곳에 오면 뭔가 잊혀졌던 추억들이 생각나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고 가던 길을 간다.
정아가 가는 것을 보던 L은 조금 떨어진 벤치에 피투성이 옷을 입고 앉아있는 소녀를 발견한다. 소녀 곁을 지나는 사람들은 소녀를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피하는 것 같았다.
앞쪽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던 여자가 2000원을 통 속에 넣더니 연주를 더 듣고 싶다고 한다. 돈도 받았는데 원하는 곡을 연주해 주고 싶은 L이 어떤 곡을 원하냐고 여자에게 묻는다. 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노을이 지는 강둑에서 들려올만한 노래라고 말했다. L은 연주에 들어갔다. 역시 눈을 감고.
여자회상)
이 남자와 세 번째로 헤어지고 다시 만나게 된지 28일 째. 노을이 지는 시골 풍경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두 연인을 보고 나도 꼭 해보고 싶어서 이 남자를 끌고 나왔다. 영화에서 같은 풍경만큼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받는 붉은 햇살이 꽤 기분 좋게 귀 뒤로 스쳐지나갔다. 오랜만에 행복하고 편한 기분인데 왠지 이 남자와 헤어지고 싶다. 그는 지금 꽤나 신나보였다. 그의 신나는 기분을 망쳐버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았다. 자전거에서 내려 둑에 앉고 내가 듣던 엠피3의 한 쪽 이어폰을 그에게 주었다. 눈을 감고 고개를 까딱까딱 흔드는 모습이 더이상 사랑스럽지 않다.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는 엄청 당황하고 황당한 듯 내게 이유를 물었다. 그냥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태까지의 감정은 처음 수줍게 사귈 때의 그 좋았던 감정의 잔상일 뿐이라고. 더이상 그때의 마음이 현재가 아니라고. 그 마음은 그대로 간직하고 싶으니 헤어지자고.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벙쩌있었다. 나는 그 좋았던 마음을 이제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이야기를 마친 다음의 햇살은 더 찬란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주를 끝내고 눈을 뜬 L 앞에는 여자 대신 피투성이 옷을 입은 소녀가 서있었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먼저 무슨 곡 연주해드릴까요 하고 물었을텐데 소녀의 옷 때문인지 소녀와 L은 서로를 말없이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조금의 침묵 끝에 소녀는 신청곡도 받냐고 물었다. 할 수 있으면 해준다고 말한 L에게 소녀는 경쾌하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곡을 연주해 달라고 부탁한다. 눈을 감고 L은 연주를 시작한다. 소녀의 차가우면서도 서러운 눈빛이 L에게 고정되어있다.
소녀회상)
아버지 얼굴을 안 본지 10년 쯤, 엄마 얼굴을 안 본지 2주 째. 오늘도 소녀는 방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소녀는 8층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 죽은 시체를 하얀 선으로 표시한 형상처럼 침대에서 꺾여있다. 핸드폰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을 생각을 안하던 소녀는 곧 끊어지겠다 싶은 순간에 와서야 그 자세 그대로 전화를 받는다.
2주 동안 못 본 엄마의 전화. 왜 이렇게 늦게 받냐며 화를 내곤 돈 보내놓았다는 이야기만 하고 끊어버린다. 전화를 내려 놓은 소녀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거울 앞으로 달려간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혀를 있는대로 길게 빼본다. 장소 암실로 전환되고 소녀 조명을 받으며 의자에 앉아 있다. 혀를 잘근잘근 씹는다. 그리고 조금씩 흘러내리는 피가 소녀의 흰 옷 위로 떨어진다.
엔딩미정
1. 비오는 공원 설정. 우산을 쓰고 연주하는 L. 마지막 소녀는 우산 없음. L의 연주가 끝난 뒤 찬 비를 직접 맞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텔힘텔힘.
2. ???
* 기획의도
더 뜨거워지지도 더 차가워지지도 못하는 미지근한 관계들의 연속. 뭔가 더 생동감있게 관계를 지속시킬 용기가 없어 노력도 하기 전에 끊어버리려는 한 여자. 나에게 오는 관심을 두려워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는 사람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그 잘못을 넘겨버리거나 혼자 모든 것을 끌어안으며 속으로 삭히는 인물들. 제 3자이기도 하면서 인물들의 마음을 헤아려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L. 그의 연주를 들으며 잊혀져가는 기억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so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