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시나리오 <종이접기>입니다.
yh3800
2006.10.11 03:00:33
종이접기
주제 :
소외에 대한 이야기,
가깝다고 여겼던 사람들이 갑자기 등을 돌려올 때의 당혹스러움과 모멸감,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
우리가 미처 자각도 못하는 채 소외시키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줄거리 :
학기 초에 전학을 온 열두 살 세연은 경미한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은주의 짝이 된다.
아직 친한 친구가 없는 은주는 세연과 단짝 친구로 지내고 싶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다가가지 못하고,
그 사이 세연은 뒷자리의 종희와 친해진다.
하지만 둘은 곧 사소한 일로 다투게 되고
화가 많이 난 종희는 같이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을 꼬드겨 세연을 따돌린다.
가버린 아이들을 다시 꾀어오기엔 자존심이 너무 상하고,
이미 끼리끼리 친해있는 아예 다른 무리의 아이들 사이에 끼어 들어가기도 마땅치 않은 세연.
그런 와중 세연은 이제껏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는 은주에게 다가간다.
세연과 많이 가까워진 은주는 혼자일 적마다 정성껏 해 온 종이접기를 세연에게 선물한다.
곧 있을 놀이공원으로의 봄 소풍 계획을 짜는 둘.
몸이 불편한 은주는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를 탈 수는 없으니
단체 활동 코스인 동물원을 종일 돌아다녀야 할 듯하다.
은주는 미안해하고 세연도 약간 서운하지만 그래도 소풍 생각으로 들뜬 두 사람.
한편 화가 풀린 종희는 짝이 맞지 않아 놀이공원에서 불편할 듯하자
세연에게 화해를 청해오는데......
나오는 사람 :
세연(12세, 여) 학기 초에 전학을 왔음
종희(12세, 여) 활발하지만 잘 삐치는 성격
은주(12세, 여) 세연의 짝,
경미한 뇌성마비 증세 때문에 오른 쪽 몸이 약간 불편하고 말을 더듬음, 내성적
담임 선생님 (30세, 남)
수현 (12세, 여) 종희의 친구
미나 (12세, 여) 종희의 친구
병찬 (12세, 남) 종희의 짝
1. 교실, 아침
(새 학기 특유의 분주함이 있는 교실, 선생님이 전학 온 세연을 데려와 인사시키려는 참이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세연이 교실을 둘러보면 주변 아이들과 장난치며 노는 종희가 있고,
너무 조용해 오히려 눈에 띄는 은주도 있다.
은주는 경미한 뇌성마비 장애가 있어 얼굴 근육이 약간 불편한 것이 드러나고, 짝이 없이 혼자 앉아있다.)
선생님 (세연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김세연,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같이 공부하게 됐어요. 아직 학기
시작된 지 얼마 안 돼서 다들 서먹서먹하겠지만 특히 세연이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니까
많이들 도와주도록해요.
음... 은주 옆자리가 비었으니까 저리로 가서 앉아.
(은주 옆자리에 앉는 세연, 책가방을 여는 세연을 호기심 있게 보는 뒷자리의 종희와 병찬.
은주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작은 미소.
화면 암전되면 예쁜 꽃밭에 아이 둘이 어울려 노는 종이접기 작품과 함께 타이틀 <종이접기> 떠오른다.
-종이접기는 #2에서 은주가 직접 만드는 것-)
세연 (은주 보며 미소) 안녕.
은주 (내성적인 미소) 아..안녕.
종희 (세연의 등을 두드리며) 안녕! 난 이종희야.
세연 (돌아보며) 안녕!
종희 어디에서 왔니?
세연 원주.
종희 (호기심, 호감) 우리 이모도 거기 사시는데!
(몸을 완전히 뒤로 돌린 채 이야기하는 세연. 은주는 뒤를 돌아보는 듯 마는 듯 어정쩡하다.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양 아이들 사이에 끼지 못하는 은주)
2. 동, 쉬는 시간
(아이들 흩어져 논다.
교실 뒤편에 종희를 포함한 여자 아이들 셋이 바닥에 공기를 놓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있다.
공기놀이 순서를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려다가 문득 멈추는 종희)
종희 (공기를 손에 쥔 채) 우리 편짜서 할래?
미나 셋 뿐이잖아?
종희 기다려봐.
(종희가 일어나 세연을 찾으려 교실을 둘러보면, 종희의 시점으로 스쳐지나가듯 보이는 은주,
종희의 시선은 세연에게서 멈춘다.)
종희 (은주 옆 세연을 향해) 야, 김세연!
세연 (돌아보고)
종희 공기 안 할래?
세연 할게!
(세연이 일어나 아이들에게 가고 나면
은주는 실망한 표정으로 책상 속에서 색종이를 꺼내 종이 접기를 한다.
오른손이 불편하기도 한데다 정성을 쏟느라 종이를 접는 동작이 느리다.
뒤에서 아이들의 “와! 다섯 알 올라갔다” 같은 공기놀이 소리 크게 들려오면
잠깐 고개를 뒤로 돌려 아이들을 보는 은주. 외롭지만 체념한 눈빛이다.
다시 고개를 돌린 은주, 책상에서 이전에 해 놓은 종이 작품 틀을 꺼낸다.
아직 미완이긴 하지만 여자 아이 둘이 꽃밭에서 어울려 노는 모양이 예쁘다.
방금 접은 종이 솜사탕을 작품 속 아이들 손에 끼워 넣는 은주.
솜사탕 클로즈 업)
3. 꽃밭, 낮 - 은주의 상상
(클로즈업 된 솜사탕이 흰 구름으로 바뀌어 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보송한 흰 구름.
카메라 아래를 비추면 꽃이 만발한 푸른 들판에 은주가 누워있다.
은주가 고개를 돌려 사랑스럽게 옆을 보면 나란히 손을 잡고 누운 세연.
다시 고개를 든 은주가 손을 들어 하늘의 구름을 따면 은주 손에 솜사탕이 들려있고,
은주와 세연 마주보며 웃다가 솜사탕을 나눠 먹는다.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밝고 따뜻한 이미지.
은주가 솜사탕을 입에 가져가려다 떨어뜨리면 땅으로 떨어지는 솜사탕이 클로즈업 된다.)
4. 교실, #2에 이어짐
(클로즈업 된 솜사탕이 종이 솜사탕으로 바뀌어 있다. 책상 밑으로 떨어지는 색종이 솜사탕.
아직도 흔들리는 은주의 책상 위로는 종이접기가 흐트러져 있다.
병찬이 뛰어놀다 은주의 책상을 건드린 것이다.
떨어진 색종이들을 대충 주워주며 “미안”을 외치고 뛰어 가는 병찬,
은주의 “괘..괜찮아.”라는 말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가 버린다.
종이를 정리하는 은주의 풀죽은 모습)
5. 세연의 방, 오후
(세연은 한참 컴퓨터 오락에 빠져 있고 종희는 뾰루퉁한 얼굴로 뒤에 서 있다)
종희 (조르는) 야, 고만 좀 해.
세연 (귀찮다) 아직 안 죽었잖아.
종희 너만 한참 하잖아.
세연 (살짝 돌아보며 약간 짜증) 번갈아 하기로 하고선 왜 그래.
종희 (화나서 버럭) 넌 계속 죽지도 않잖아!
6. 아파트 앞, 오후
(종희, 가방을 매고 가 버리려는데 세연이 뛰어 쫓아온다)
세연 (종희를 잡으며) 야, 삐졌어? 미안해. 응?
종희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걷는)
세연 (쫓아가며) 잘못했어. 한 번도 못 깨본 판이라서 그랬어. 응?
종희 (역시 반응 없고)
세연 화 풀어, 미안해. 잘못했다니까.
종희 (화가 좀 풀리는지 발걸음 늦어지고)
세연 화 푸는 거지? 그지?
7. 분식집 앞, 오후
(핫도그를 먹으며 나란히 걸어가는 세연과 종희)
8. 교실, 낮
(은주는 종이를 접고 있고, 세연은 뒤를 돌아 병찬과 이야기 하며 웃고 있다.
세연과 병찬, 교실로 들어오는 종희를 본다.)
병찬 너도 해봐, 종희한테.
세연 (종희가 자리에 앉자마자 정말 기억이 안 난다는 듯) 종희야, 3.1 절에 만세 부른 사람......
누구였지, 유......뭐지?
종희 (당연하게)유관순 누나? - (후세 문학 작가들의 유명한 작품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남성 중심적
역사관의 영향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쨌든 유관순 다음에는 흔히들
자연스럽게 누나라는 호칭을 붙여 말한다. -
(세연과 병찬 깔깔거리고)
병찬 어, 너 남자였어?
세연 (일부러 놀리는) 그러게, 유관순 누나? 유관순 언니겠지.
어떻게 누나, 언니도 구분을 못 하냐?
유치원 애들도 다 아는 건데.
(세연과 병찬이 놀리며 웃는데 종희 표정이 점점 굳는다.)
병찬 야, 얘 화난 거 아냐?
세연 에이, 뭐 이런 걸 갖구. (혹시나 싶어 말 걸어보는) 종희야?
종희 (정말 삐쳐 굳은 표정으로 답 없고)
세연 진짜 삐진거야? 아니지?
종희 (반응 없고)
세연 야, 별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삐지지마, 응?
(여전히 굳어있는 종희의 얼굴)
9. 동, 수업 끝
(세연과 종희는 각각 자리에 앉아 있고, 책가방을 맨 수현과 미나가 그 둘 사이에 있다.
가방 맨 약간의 아이들 구경하고 있다.)
수현 (가운데에서 난처하지만 세연을 설득하는) 세연아, 미안하다 그래.
세연 미안해야 미안하다고 하지.
미나 그래도. 종희 지금 울잖아.
(세연이 종희를 보면 종희, 보기도 싫은 듯 세연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분한 얼굴로 눈물을 뚝 떨구고,
세연은 그런 종희가 오히려 못마땅하다)
세연 넌 삐질 일도 아닌데 뭘 하루 종일 삐져서 그러냐?
수현 (그만하라는 눈치를 주며) 세연아.
세연 (아이들이 자꾸 자기에게만 사과를 하라는 데에 기분이 상한) 됐어.
얘 맨날 툭하면 삐지는 데 나도 지쳤어. 그냥 지 혼자 풀릴 때까지 놔 둬.
(벌떡 일어나 가방을 매고 나가버리는 세연,
볼거리 끝났다는 듯 구경하던 아이들도 흩어지고, 수현과 미나는 종희를 달랜다.)
10. 교실, 아침
(세연이 가방을 매고 교실로 들어서면 종희와 아이들,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
세연과 눈이 마주쳤지만 모른 척하는 종희, 그런 종희를 보며 세연도 쳇.)
11. 동, 4교시 막바지
선생님 급식에서 안 좋아하는 반찬 나와도 편식하지 않는 거 알죠?
그럼 맛있게들 먹고 청소시간에 늦지 마세요.
(종 울리면 벌떡 일어서는 종희)
종희 미나야, 수현아, 밥 먹으러 가자.
(자리에 앉아 있는 세연, 황당해서 아이들 본다.
세연의 시점으로 보이는 미나와 수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세연이는?” 작게 묻지만,
“안 갈거야?!” 짜증스레 재촉하는 종희. 결국 아이들도 종희를 따라 나간다.
세연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아이들.
세연, 처음엔 분한 얼굴이다가 나중엔 울상이 되지만, 자존심이 상해 다시 표정을 다잡는다.
다른 반 아이들도 평소 친한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급식소로 나가고,
교실에 혼자 남아있는 세연, 점심 생각도 없이 멍하다. )
12. 교문 앞, 오후
(애써 씩씩하게 걷는 세연, 혼자 집에 가는데 저만치 앞에 종희들 신나서 간다.)
13. 급식소, 점심시간
(세연, 급식판을 들고 오는데, 종희들 지나가 자리를 잡는다. 세연의 시점으로 보이는 아이들.
종희는 일부러 보라는 듯 신나서 웃고 떠드는데 “진짜 이상한 애라니까.” 따위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고 있다.
세연은 자기 이야기 같아 얼굴을 찡그린다.
다른 아이들도 친한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있다.
난감한 표정으로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세연은
한구석에 은주가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은주 쪽으로 간다.)
세연 (은주 옆에 식판 놓으며) 앉아도 되니?
은주 (세연을 올려다보며 고개 끄덕)
(어색하게 밥을 먹는 둘)
은주 (조심스레) 치..치악산 가..가 봤어?
세연 (의외다) 치악산? 원주에 있는 거 말야?
은주 응
세연 한 번 가 봤어. 근데 너 내가 원주에서 온 거 알고 있었어?
은주 저..전에 얘..얘기 하는 거 드...들었어.
14. 교실, 청소시간
(아이들 각자 맡은 청소를 한다. 책상 옮기는 아이, 비질하는 아이, 바닥 걸레 들고 오는 아이 등.
세연이 구긴 신문지를 들고 창문을 향해 가면 이미 은주가 창문을 닦고 있다.)
은주 (은주가 든 신문지를 보며) 거..걸레 아..안 갖고 왔어?
세연 응, 깜빡했어. (걱정스럽다) 들키면 혼나겠지?
은주 자..잠깐.
(책상에 가서 칼을 가져와 걸레를 이등분하는 은주, 불편한 손으로 조심조심 박음질 된 실을 잘라낸다.
걸레의 앞판과 뒤판이 갈라지면 하나를 세연에게 주는 은주.)
세연 (예상치 못한 은주의 친절에 고마운) 고마워.
(똑같은 걸레의 앞판, 뒤판으로 나란히 앉아 창을 닦는 세연과 은주,
그런 둘의 모습을 바닥청소 하던 종희가 잠깐 본다.
못되게 보거나 질투하는 눈빛이 아니라 그냥 조금 풀죽은 얼굴이다.)
15. 교실, 종례 시간
선생님 (통신문 나눠주며) 봄 소풍 통신문이니까 부모님께 잘 전해드리세요.
봄 소풍은 서울랜드로 갈 거에요.
병찬 자유 시간 있어요?
선생님 네, 같이 동물원 잠깐만 보고 자유 시간 길게 줄 거니까 타고 싶은 놀이기구들 실컷 타세요.
(아이들 좋아서 웅성거린다.)
16. 교문 앞, 오후
(쏟아져 나온 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나란히 걸어가는 종희, 미나, 수현)
미나 우리 가서 뭐뭐 탈까?
수현 자유이용권이니깐 다 탈 수 있는 거잖아.
종희 응. 자유시간도 충분하다고 했으니까 싹 다 타고 오자. 재밌는 건 두 번씩 타고.
미나 근데 우리 셋이 다닐라면 쫌 그렇겠다. 놀이기구들 거의 보면 둘씩 타는 건데.
수현 (망설이듯 종희 보며) 너 아직도 세연이한테 화났어?
종희 (고개를 가로젓는다.)
17. 세연의 방, 저녁
(세연네 집에 놀러 온 은주, 둘은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연 원주에도 놀이공원이 있는데 좀 작아. 서울랜드 팔팔열차는 훨씬 무섭지?
은주 그..글쎄. 나는 너..너무 많이 도..도는 건 못 타서......
세연 (당황) 그렇구나. (실망) 그럼 소풍 때 놀이기구 못 타겠네?
은주 (미안하다) 아..아냐. 너..너는 타도 괘..괜찮아. 나..나는 계속 도..동물원 구..구경할게.
세연 (좀 실망했지만 이내 웃으며) 아니야.
혼자 놀이기구 타는 것보다 너랑 계속 동물원 구경하는 게 더 좋아.
18. 버스 정류장, 저녁
(세연, 은주 나란히 버스 정류장에 앉아 은주가 타고 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은주가 불편한 손으로 주섬주섬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다 꺼내고 나면 #2의 종이접기인데 액자에 끼워진 완성작이다.)
세연 와, 너무 예쁘다.
은주 (다행이라는 듯 환하게 웃고)
세연 너가 다 접은 거야?
은주 응. 너...가져.
세연 정말 나 주는 거야?
은주 (끄덕) 그..그럼.
세연 (예상치 못한 선물에 기쁘다) 고마워.
19. 교실, 쉬는 시간
(세연과 은주 같이 나갔다 들어온다.
수업 종 울려 각자 자리에 앉으면 세연 자리에 쪽지 편지가 놓여 있다.
세연, 쪽지 펴본다.)
세연이에게
안녕, 나 종희야.
사과하고 싶어서 편지 써.
널 제일 친하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그 때 많이 서운했거든.
그치만 아무리 그래도 그 후로 내가 너무 심했던 거 같아.
후회하고 있어.
너랑 다시 재밌게 놀고 싶어.
내가 정말 미안했어.
내 사과를 받아 줄래?
소풍 때도 너랑 같이 다니면 참 좋을텐데.
종희
(세연이 놀란 눈으로 보면 세연을 향해 쑥스러운 듯 웃는 종희.
세연, 잠시 당황한 표정이다가 이내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착잡한 얼굴로 수현과 미나를 보는 세연.
마지막으로 옆의 은주를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은주, 세연을 보며 웃고,
움찔 놀라며 같이 웃는 세연. )
20. 세연의 방, 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세연, 컴퓨터 화면엔 서울랜드 놀이기구들이 보인다.
세연은 종희의 편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착잡한 얼굴로 벽에 걸린 종이접기 액자를 보는 세연.)
21. 고속버스, 아침
(소풍 복장의 아이들 신나서 과자를 먹으며 놀고 있다. 버스에 오르는 세연.)
은주 (옆에 놓았던 가방을 자기 무릎에 올리고 세연을 향해 웃으며 손을 든다) 여..여기
(은주를 향해 걸어가는 세연)
세연 (미안해서 쭈뼛거리며) 동물원 구경 재밌게 해.
(세연, 그 말만을 남기고 서둘러 가버리면 당혹감이 떠오르는 은주의 얼굴.
은주를 지나쳐 종희 옆자리에 앉는 세연.
세연과 종희에게 과자를 내밀며 수다를 떠는 수현과 미나.
아이들은 언제 사이가 틀어졌었냐는 듯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무표정한 은주, 조용히 무릎의 가방을 다시 옆자리에 놓고,
아주 천천히 가방을 열어 색종이를 꺼내고는 종이접기를 한다.
버스 유리창으로 보이는 바깥의 회색 풍경 속에 종이 솜사탕이 땅으로 떨어진다.
버스 출발하면서 종이 솜사탕이 버스 타이어에 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