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시나리오 ‘바이러스’
#1. 학교 정문 등굣길
서둘러 등교하는 학생들, 그리고 교문을 지키고 있는 선생님.
등교하는 학생들은 모두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매서운 눈초리로 감시하는 선생님. 그때 한 학생이 왼쪽 눈에 안대를 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며 등교를 하다가 선생님한테 걸린다.
선생님 : (학생을 유심히 바라보며) 야! 너 누가 왼쪽 눈에 안대하라고 했어? 오른쪽 눈에 하라고 했지! 너 방역 수칙 위반이야!
학생의 멱살을 움켜쥐고 안대를 확 제낀다.
페이드 아웃. 자막 타이틀 “바이러스”
페이드 인.
안대를 제끼니 그 학생의 왼쪽 눈이 하얗게 실명된 상태다.
선생님 : (머쓱해진 표정으로 학생의 멱살을 놓아주며) 알았어! 가봐!
#2. TV 뉴스 장면
앵커 : 코리아나 바이러스 소식입니다. 오른쪽 눈을 가리는 것보다 왼쪽 눈을 가릴 때 바이러스에 걸릴 확률이 0.03% 낮아진다는 방역 당국의 발표입니다. 이에 따라 모든 국민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오른쪽 눈이 아닌 왼쪽 눈에 안대를 해야 합니다.
페이드 아웃
페이드 인
앵커 : 코리아나 바이러스 소식입니다. 방역 당국은 길을 걸을 때 왼쪽 발로만 걸으면 바이러스에 걸릴 확률이 0.02% 낮아진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주부터는 전 국민이 왼쪽 발로만 걸어야 합니다.
#3. 학교 현관 계단 앞
등교하는 학생들이 모두 왼쪽 발로 등교하고 있다. 계단 위쪽에서 뒷짐을 지고 학생들을 감시하는 선생님.
한 여학생이 왼쪽 발로 계단을 오르다 힘에 부쳐 넘어진다.
선생님 : (넘어진 학생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야! 똑바로 못해? 너 방역 수칙 어기고 싶어?
그 여학생은 당황하며 얼른 일어나 난간을 잡고 간신히 깨끔발로 계단을 오른다.
#4. TV 뉴스 장면
앵커 : 코리아나 바이러스 소식입니다. 방역 당국은 3초에 한 번 양팔을 들어 흔들어주면 바이러스에 걸릴 확률이 0.04% 줄어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주부터는 전 국민이 3초에 한 번씩 양팔을 들어 흔드는 동작을 해야 합니다.
#5. 수업 중인 교실
모든 학생들이 3초에 한 번씩 양팔을 들어 흔들고 있다. 칠판에 필기 중인 선생님도 3초에 한 번씩 팔을 들어 흔들고 있다.
이때 한 학생(A)이 그 동작을 하지 않고 불만 섞인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 옆에 있던 학생(B)이 선생님에게 이른다.
학생B : 선생님! 얘 팔 안 흔들어요!
뒤를 돌아보는 선생님
학생A : (얼른 팔을 들어 흔들며 학생B 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낸다.)
아....우리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 거야? 짜증나 죽겠네...
학생C : (크게 한숨을 쉬며) 그러게 말이야. 이놈의 바이러스는 언제나 없어지 려나?
학생A : 없어지기는 할까?
페이드아웃
#6. 수업 중인 교실
자막: 2년 후
페이드인
학생들이 완전히 무표정한 모습으로 좀비 마냥 3초에 한 번씩 상체를 돌리고 있다.
학생A :(독백) 이건 새로운 바이러스야. 아무 생각 없이 방역 당국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게 되는 무서운 바이러스. 아... 모든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어. 그러나 난 아니 야. 싫어. 이젠 더 이상 이 미친 짓을 하지 않을 거야!
학생A :(벌떡 일어서며 큰 소리로 소리친다) 난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어. 난 이제 이 뻘짓 그만 둘거야!
교실 문 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 문을 벌컥 열고 당당하게 나가는 학생A.
카메라가 슬로우모션으로 이 학생을 따라가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