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도 써놓았듯이, 저는 영화 감독이 되고픈 한 학생입니다.
이 글에는 정확히 딱 한가지 혹은 한 분야에 대한 명확한 질문만이 있지 않을 것 입니다. 감독이라는 꿈을 가지고 난 뒤부터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들, 나의 노력과 재능에 대한 수없이 많은 의구심들. 더 멀리는 영화라는 예술 자체의 본질에 대해서까지도, 어떤 영화가 더 영화다운 것일까 같은 생각들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실 나 자신의 노력과 재능에 대한 의심과 자책들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방금 말한 모든 주제들과 고민들과 질문들이 엮이니, 잠은 잘 들지도 않는 와중에, 2시간 내지 3시간을 자고도 일어나면 오로지 압박감만으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우선 제가 영화감독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하시기 때문에 매주 주말에는 형과 동네 DVD 가게에서 아무 영화나 빌려 가족들과 보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한 영화에 꽂히면 그 영화만 계속 돌려보는 습관이 있는데 그랬기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계속해서 돌려보며 디테일에 집중하고, 대사를 읊어보고, 뭐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가 누구나 한번 씩은 유년기 시절에 겪듯이 안좋은 일들이 하나 둘 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집안 사정 등등등)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저에겐 버거운 일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무튼 그 쯤에 제가 개인적으로 인생작 중 하나로 뽑는 "보이후드" 라는 영화를 만나게 됩니다. 제가 영화 감독이라는 꿈을 가지는 데에 있어서 그 방향성을 잡아준 큰 영향을 받은 영화입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의 시선으로 그 영화를 바라볼 때와 중학생일 때의 시선으로 그 영화를 바라볼 때와 또 지금의 제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각각 완전히 다릅니다. 한 소년의 성장기를 각 분기 별로 몇 년 정도의 텀을 둔 뒤 십 몇년의 시간을 투자해 완성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걸 떠나서 그냥 나와 동시대를 사는 한 이웃집 남자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서 지금도 그 영화를 다시 돌려볼 때 "보이후드"의 주인공이 내 친구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내 자신 같기도 합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저랑은 생판 모르는 사이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생판 모르는 백인 남자가 자신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 방구석의 울고 있는 애한테 '너도 할 수 있어' 라는 메세지를 심어줬습니다. 그래서 저도 언젠가는 나 같은 애한테 내가 갖고 있는 조그만한 씨앗 하나라도 심어줄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삽니다. 그런 감독이 되고 싶구요.
그렇게 고등학교에 들어오며 영화감독이라는 꿈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감독이 되려면 어느 학과에 지원해야 하며, 대표적인 대학들은 어디 어디가 있으며, 등등. 그러다 갑자기 번개를 맞았고, 한국 예술 종합 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들어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제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목표가 정해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제 모든 고민들이 이때 시작됩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으니 부가적인 설명들을 다 빼고, 지금 현재 저의 상황을 비유하자면, 노 저을 준비는 됐는데 물이 안들어옵니다. 정말 아이디어도 넘쳐나고 집구석에서 뭐라도 끄적이며 써내려가다 보니, 점점 영화를 '보는' 입장의 관객으로서의 내가 아닌 그것을 '창작' 하는 입장으로서의 내가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가 점점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의 실루엣들이 그려지고 빨리 영화라는 언어로 내뱉고 싶은 말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저는 단편영화 구상을 하기 시작했고 아무 것도 모르지만 일단 제 스타일이라면 스타일대로 각본(?)을 써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쌓아만 가다가 코로나가 터졌죠.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할 망정, (수도권 지역에 거주 중입니다 ㅜㅜ) 위험 수준이 3단계로 올라가면서 기본적인 생리 활동들 이외에 그 어떤 야외 활동들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 저는 주위에 예술 계열 업종을 가지셨거나 그 쪽 전공이신 분이 정말 단 한 분도 안계십니다. 그래서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시나리오 작업, 촬영, 오디오 등등 여러 현실적이거나 장비 부분에서 벽을 느끼는 중입니다. + 인문계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사실 따지고 보면 제 주변에서는 정말 거의 단 한 명도 저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더군요.
집 밖에 나가는 일도 없고, 만나는 사람도 없다보니 슬럼프라고 하면 슬럼프라 할 수도 있는 굴레에 빠진 것 같습니다. 나는 왜 아무 노력도 안하는가. 그저 영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한예종을 꿈꾸고 영화 감독을 꿈꾼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모아놓은 돈으로 장비라도 알아볼 것이지, 왜 코로나를 탓하며 안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부터 잠들기 전까지 자꾸만 이런 생각들이 무의식에 떠오릅니다.
사실 제 자신의 욕심도 세긴 세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저는 최소한 내 시나리오면 휴대폰 카메라로는 못찍는다, 중학교 UCC 같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 바에 그냥 안만들고 만다. 거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도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물론 하나라도 더 경험해보려고 하는 마인드입니다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노력은 좆도 안하면서 코로나 핑계로 방구석에서 고민만 하는 백수 같다면 제발, 제발 따끔히 욕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질문 몇개가 있습니다.
1. 저는 이 상황에 촬영을 하기 위해서 제 시나리오를 간추리거나 수정하고 싶지 않는데 그대로 촬영을 하는게 맞을까요?
2. 일단 기회도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일단 뭐라도 완벽히 준비해놓으려고 합니다. 촬영 장비나 음향 등의 문제는 일단 촬영은 핸드폰 카메라로 하려고 하는데, 음향이 문제입니다. 마이크 장비는 되도록이면 10만원 이하, 5만원 대이면 좋구요. 늘어나는 삼각 거치대를 붐대처럼 사용해 거기에 핸드폰을 달고 그 핸드폰에 샷건 마이크를 부착해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마이크는 어떤 모델을 사용하는게 좋을까요? (찾아보니 RODE가 좋은 것 같긴 합니다만, 지향성 마이크, 샷건 마이크, 붐마이크, 등등 종류가 많더군요,,)
또 제가 사용하려는 방법은 어떤가요?
3. 2번과 연결되는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작품을 찍게 되면 저에게는 처녀작인 셈입니다.
필름 메이커스의 영화인 분들!! 저에게 주실 팁이나 추천해주실 장비나 그런 것들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긴 글이어서 다 읽으신 분이 걔실지는 모르겠지만 다 읽으셨다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