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런 경우도 있는 건가요?

이럴수가 2010.02.09 00:22:35

졸업작품을 찍으려고 배우를 모집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몇 분과 함께 찍게 되었습니다.

금요일날 미리 배우 리허설도 했고요... 그리고 2월 8일, 월요일이 촬영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배우가 약속 장소에 안 나오더군요. 전화를 아무리 해도 받지 않고요. 몇 시간 동안 기다렸습니다. 그 사람이 없으면 찍을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하늘이 노랗다 까맸다 하더군요.

 

결국 그 사람은 나오지 않았고, 우리는 스탭 중에 한 명을 대타로 세워서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팀의 모든 밸런스가 무너졌지요. 생각했던 그림대로 촬영이 안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이미 늦어질 대로 늦어진 촬영시간, 피곤하고 짜증에 가득한 스탭들...

 

 

뭐, 졸업작품 뭐가 그리 중요하냐 하시는 분도 계실 거 같네요. 그치만 우리들에게 있어선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작품이었습니다. 이거 완성 시켜보려고, 며칠이고 밤새면서 머리 맞대고 시나리오 짜고, 싸워가면서 구성도 하고...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완성되어 나온 그 작품을 봤을 때 얼마나 그 열매가 달지 상상하면서요.

 

그래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안 나올 수도 있는 겁니다. 사람이 중요하지 한낱 졸업작품이 중요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연락이라도 줬으면 스탭들을 포함해서 다른 배우들까지 그렇게 마음 졸이며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을텐데요. 이 작품 엎어버려야 하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진짜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습니다.

진짜 양보해서 최소한... 월요일 중엔 전화라도 받아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출연하는 게 별로다 싶으면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 겁니다. 안 그런가요? 게다가 이 사람은 우리랑 시간 안 맞아서 우리가 한번 거절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제발 시켜달라고, 시간 빼겠다고 몇 번이나 전화오고 문자와서 같이 찍기로 결정한 사람입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이 분야는 약속과 신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약속을 못지키는 배우는 어느 누구든 함께 일하길 꺼려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금 그 사람의 신상정보를 여기 공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가 또 없도록 하기 위해서요.

 

뭐... 어찌 되었든, 제가 있는 방송아카데미에는 블랙 리스트에 올릴 거지만요. 이후로도 졸업작품을 찍든, 일터에 나가서 배우를 쓰든, 이 사람은 쓰지 않도록 조언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