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2080 님의 글을 읽고..

SLeem 2005.12.14 16:29:33
어떤분이 답글로 매콤한 말을 해주셨네요. 물론 아주 좋은 말씀입니다. 저역시도 배워가는게 많네요.
그럼 이제 달콤한 말을 해드릴 차례인가요..

우선 1년여간 허송세월을 보낸데 대해선 연연하지 마세요. 1년이란 세월이 본인에겐 긴 세월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기나긴 인생의 한 시퀀스가 될 만큼 그리 긴 세월도 아니지요. 아니, 세월이라 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 이 되겠네요.
뭐.. 물론 서른 넘어서도 영화인으로 새출발 하려는 분들도 충분히 많기에 이런 말씀 드립니다.

우선 배움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선 그다지 큰 노력은 필요없습니다. 무엇을 배우느냐가 어떻게 배우느냐보다
더욱 중요하니까요. 처음에 단순하게 비디오테잎을 빌려본다거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거나 하는것들.. 심지어는 tv에서 방영되는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도 모두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떻게 공부하냐는 자신이 하기에 달려있지요. 그저 영화나 tv를 볼 때 무감각했던 자신의 말초신경을 자극 해
일으켜 세우세요. 뭐.. 말이야 어렵지만 쉽게 풀면 좀더 주의깊게 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보던 장면장면들이 어떻게 연결되었는가를 보고, 머릿속에 떠올리고 기억합니다.
그러면 그 모든것들이 정보가 되고 공부가 되는것이지요.

영화와 관련이 없는 학교를 졸업하고 어영부영 배운 맥스 역시 자신의 경험이고 필모그라피가 될 수 있습니다.
필모랄게 뭐 따로 있습니다. 경력입니다. 기록으로 남아질 만큼의 경력이 아니어도 자신의 머릿속엔 있잖습니까.
아예 맥스를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낳은 출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적어도 맥스라는 프로그램을
열어보고 잘은 모르더라도 이것저것 클릭정도는 해보셨을 테니까요. 그거면 일단 충분합니다.
앞으로 다시 배울 때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것보다 낫겠지요.

주변에서 시집을 가라고 압박이 들어온다.. 그것에 대한 사적인 부분은 뭐라 말씀드릴 수 가 없네요.
하지만 열의가 있으시다면 아무런 단편영화, 그리고 그 어떤 영화와 관련된 모든곳에 시간을 투자하세요.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직장을 다닌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찍는 단편영화와 다를게 없습니다.
학생들 역시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고 어렵사리 단편영화 한편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허다 하지요.

그렇다면 직장에서 일을 마친 후에 단편영화에 참여하는,, 물론 학생들이나, 독립영화를 제작하시는 분들께서
돈이 많아 전문스탭을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참여만 해 주신다면 어느곳에서나 환영을 받으실 수 있을겁니다.
실력도 늘지 않는 아카데미를 다니는 것보다 훨씬 낫지요. 돈도 벌고 경험도 쌓고 눈썰미도 넓히고..

그렇게 눈으로, 어깨너머로 하나씩 배워가는겁니다. 단편영화 제작.
그거 우습습니다. 뭐.. 이런말을 하면 안될것 같지만.
제가 말하는 단편영화는 핸디캠 하나, 혹은 디지털카메라 하나만 덜렁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찍는겁니다.
물론 배우나 스탭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여기저기 무조건 닥치는대로 찍어서 편집을 해봅니다.
짜집기로 우겨넣고 아무 음악이나 갔다 붙여대다 보면, 조금씩 스타일이 생겨나는건 당연한 것입니다.
하늘 아래 같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무조건 들이대는 겁니다.
배우 공형진 역시 1년여를 영화사에 출근하며 출연을 부탁했습니다. 그저 보수도 필요 없이 조연이라도 좋으니
역활을 따내기 위해 1년여를 자신의 차비와 밥값을 써가며 메달렸죠. 하지만 결국 출연하지 못했습니다.

그 1년이 과연 허숭세월이었을 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절대로.
1년간 깨지고 부서지고 다친 몸과 마음에 열정만은 불타올랐다 식었다 하지요.
하지만 그동안 깨지더라도 덜 깨지는법, 절대로 필요한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법이나 분위기, 흐름을 타는법.. 등등.

절대로 1년이라는 세월이 허숭세월은 아닙니다. 어떻게 살아도 말이지요. 막말로 1년동안 게임을 한다거나 놀고먹으며 tv를 본다거나 하는것들이 절대 버려진 시간이 아니라는 겁니다. 왜냐- 그 동안만큼은 적어도 한명의 친구를 잃었을 지언정 잃는 과정을 알게되고, 두명의 친구를 사귀었다면 사귀는 과정을 알게되고..
결과적으로 가만히 놓고 찾아보면 1년이란 시간에서 얻어낼 것이 엄청나게 많은거죠.
물론 열심히 일해가며 영화제작도 하고 전문지식을 습득하며 꼼꼼히 살아온 분들과는 거리가 좀 있겠지만..
그런분들 역시 살면서 1~2년 시간의 낭비도 없이 살아가진 않겠지요.
모두가 잘 아는 박찬욱 감독님은 과연 단 1년도 그냥 보낸적이 없을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을겁니다.

세상사 가볍고 쉬운일 하나도 없습니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희망은 희망이고, 내 꿈이 방대해 이루어 내지 못할 지언정
이루어 내려 노력하는 동안 얻는 결과물 또한 대단할 것이며, 머릿속은 여러가지 잡지식들로 메워져 갈 것입니다.

시간은 삶의 일부이지만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본인의 생각 여하에 달린 문제지요.

지금 처자식이 딸려있고 돈을 벌지 못한다면 가문이 무너지고 경찰에 쫓긴다거나 고아, 혹은 보릿고개 아닌 보릿고개를 겪는 사람들, 장애우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배부른 소리가 될 수 있습니다.

남들이 한발한발 크게 내딛는다면, 총총걸음으로라도 따라가면 됩니다.
학생들이 찍는 단편영화, 뭐..요즘은 보니까 초등학교에서도 영화부가 있어 영화를 찍더군요.

초등학생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습니까 -
뭐든 찍어봅니다. 그리고 후려맞춰 봅니다. 안되면 버리고 또 찍습니다.
그게 영화인입니다.

돈을 버시겠다는 목적이시라면 그 열의로 다른공부에 전념하시길 바랍니다.

영화는 결코 돈이 되는게 아닙니다.
수천, 수만명의 영화인 중 일반인이 아는 영화감독은 고작 열몇명 남짓일 터.
나머지 수천, 수만명의 영화인은 모두 배가 고픕니다.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영화에 대한 열의만 있다면. 하다못하 디지털카메라로, 혹은 삼천원짜리 일회용 카메라로
찍어 피시방에서 이백원 주고 한장씩 스캔한 다음 집에서 짜집기로 맞춰보고, 인터넷에서 들을 수 있는 짧은 미리듣기
녹음 해서 끼워 넣으면 그것 역시 영화입니다. 자신이 영화를 찍었다면 말이죠.

영화라는 명목 아래, 영화 아닌것은 없습니다.

힘내세요.
저도 아무것도 가진것, 배운것 없지만 독립영화 제작을 준비중입니다.
힘들어도 일단 무작정 찍어보고, 모자른 부분은 다음 작품에서 채워넣고 또 반복 또 반복 하면
언젠가 빛을 발할 날이 오겠지요..

성공합시다 모두.

추운날 감기에 안녕하시길 바라고,
궁금하신점이나 같이 주절거릴만한 것들, 쪽지 보내주시면 같이 재잘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