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중인 사람입니다.
pupplove
2005.02.01 21:28:46
저는 올해로 스물다섯, 81년생 남자 입니다.
멀쩡하게 다니던 영문과를 2학년까지 다니고 자퇴낸후에 사설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1년을 배웠습니다.
영화란것이 정답도 왕도도 없다고들 합니다. 정말입니다.
저역시 지난 1년간 누구보다도 열심해 배웠습니다.
이름난 대학의 영화과도 아니며, 국립영상원급쯤 되는 곳도 아니지만, 이를 악물고 했습니다.
입학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작업해놓은 시나리오로 현재 이름만대면 누구나 알법한 메이저영화사와 작업중에
있습니다. 물론, 영화란게 언제 엎어질지는 모르는것이라지만, 어쨌든 이정도까지 왔습니다.
전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때, 그다지 총명하지도 않습니다. 천부적인 예술가적인 자질이 있는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행운을 타고 나지도 않았습니다. 중고교를 다닐때, 영화에 미쳐서 공부는 뒷전에
두기 일쑤였습니다. 소풍가서도 몰래 빠져나와 영화관에 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너무나 후회가 됩니다. 그때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그랬다면 좋은대학교 영화과
에 들어가서 훨씬 수월했을텐데..
어쩌면 위와 같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고 계신분들께서 저를 보면, 한심하다,, 돌대가리야,, 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수능점수가 인생막장까지 거의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무리도 아니니까요. 실제로 어떤 유명 영화과에 다니는 한 친구는 저를 굉장히 무시했습니다.
자기도 여기다니면서 비전이 안보이는데, 너는 도대체 뭐냐.. 하는 듯한 말투였습니다.
약이 오르고, 화났지만 어쩔수 있습니까. 그 친구는 영화과를 들어감과 동시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으니까요.
굉장히 많은 영화과의 학생들이 그렇습니다. 대단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더군요.
물론, 저역시 그런것이 있긴 했습니다. 예술을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합니다.)
같은 아카데미에서 연출을 목적으로 1년을 지내고 나니, 그곳에서도 꽤 많은 수 의 학생들이 힘들어했습니다.
앞으로 이게 정말 내 직업이 될수있을까..?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것이지요.
그중에 상당수가 영화의 길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잡을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의 인생이니까요.
점점 더 암울해졌지만, 전 계속 했습니다. 지금도 계속 하고있습니다. 물론 지금 저는 이름난 감독도 아니고,
햇병아리 시나리오 작가 일 뿐입니다. 그나마 이것도 언제 엎어질지는 모르는 일이고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꽤 큰 성취감이 있기도 합니다. 또래의 친구들중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현직 작가님들께서도 아시겠지만, 그리 쉬운일은 아니니까요.
어쨌든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긴 이것입니다.
'하고자 하면 하라, 그러나 열심히 하라'
정말 하고싶으시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하십시오. 그렇지만 열심히 하십시오.
노력하지도 않고 수업에 대한 퀄리티나 환경탓을 하지 마십시오. 그런 학생이 되진 마십시오.
그리고, 되도록이면 쉽게 가십시오. 저처럼 어렵게 길을 들어서지 마시고요.
즉, 중고교생이시라면 다른 생각하지 마시고, 좋은 학교에 가시라는것입니다.
좋은 학교에 들어간다고 영화감독이 되는것은 아닙니다. 영화감독이 되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현장에서 무료로 다년간 하늘의 별을 따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어줍잖은 지식에 대해 과시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것은 저역시 경험한것이고, 깊게 후회하고 있는 점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여기까지 입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보시면 어쩔수가 없습니다. 저역시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는것이니까요.
써놓고 보니 참 쓸데없는 이야기 같습니다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