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셨지만,
자본의 문제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라는 사람들은 말이지, 이야기와 시나리오에 능한 사람들이 아니야. 숫자와 통계에 능한 사람들이지 "
라는 사진에 보이는 '레인보우'의 대사도 있듯이,
실질적으로 시나리오의 선택권과 캐스팅권을 틀어쥐고 있는 투자사가
모든것을 숫자로 판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연기력이라던가,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숫자로 측정이 안되니까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면 그들이 한심하고 바보같지만,
투자사들이 그런 시스템을 유지하는것은
이 좁아터진 국내 시장에서 그나마라도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허리우드 처럼 전세계를 대상으로 제작되는 영화라면
좀 더 확실한 성공을 위한 투자를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한 작품의 제작비라는 단선적인 측면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감각이나 내용에 대한 시도라는 무형의 투자를 받칠 수 있는
전체시장의 근본적인 규모를 말하는 겁니다.
당장은 잘 안될수도 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꾸준이 공급받기 위해서는
해야만 하는 모험이라는걸 실제로 해 볼수 여유돈이 있는겁니다.
반면에 한국영화 시장은 이런 여유가 아주 작습니다.
한 번 실패하면 그대로 회사가 문을 닫는 정도를 넘어서,
꽤 많은 신규 영화 제작사가 첫번째 영화가 대박나지 않으면 바로 문을 닫으려고 시작할 정도입니다.
빚으로 회사를 지속하느니 털어버리고 새로 빚을 얻는게 나은데,
웬만큼 성공해서는 회사를 첫번째 영화의 제작비도 건지기 어렵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투자사들은 자기들이 판단할 수 없는 영역보다는
눈에 보이는 숫자에 집착하는 경향이 늘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숫자에 집착하는 부작용이 연기력보다는 유명세로 캐스팅하고
시나리오의 완성도보다는 아이템에 집착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관객과 직접 마주하는 배우는 그나마 낫지요.
기술스탭들 까지도 그들의 실력이 아니라 전편의 흥행성적으로 판단하면 말 다했죠.
말씀하시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할, 도전해가야할 방향이라는것도 알고요.
하지만 시나리오와 연기는 자본과 상관이 없는것 아니냐?
라고만 이야기하기에는
제작에 참여하는 스탭들의 마음가짐에서부터 결속력과 행동력,
산업으로써의 영화제작 시스템과 문화 컨텐츠로서의 영화의 충돌부분에 대한 이해
배급수익 분배의 구조적 개선과 이를 위한 업계를 넘어 전국민적인 인식개선 등
여러 방면에서 '계몽운동' 수준으로 개선해야 할 현실적인 부분들이 많기에
직시하고 뚫고 나가야할 현실의 벽도 알려드리고자 굳이 길게 써 봤습니다.
저는 지금 제기하신 문제에 대해
'올바른 수익배분 구조에 의한 재생산의 활성화'가 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자사들에게 시나리오가 훌륭하고 연기가 좋고 만듬새가 좋으면
결국은 수익이 난다는걸 보여줘야 한다는거죠.
인터넷 동영상 마녀사냥와 네이버와의 힘겨루기도 해야하지만
이제는 미디어회사가 된 통신회사들과의 싸움을 위해
필요하다면 새로 떠오르는 외국의 컨텐츠 배급 솔루션과 손을 잡아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것이 영화인 전체가 결속력을 보여야 시작할 수 있다는점이 가장 어려운 문제긴 하지만요.
질문은 최대한 자세히 성실하게, 답변은 친절하고 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