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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

hmano
2009년 05월 26일 07시 49분 09초 3716 3
3주전 엄마와의 통화에서 마지막으로 들었던 단어다.

솔직히 난 부모님의 생일을 기억하지 않는다. 못한다가 아니라...않는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아버지께선 그런 나를 잘 알고 계실 터, 엄마에게 전화오기 며칠전부터 나에게 몇번이나 신신당부를 하셨다.
"환갑이야...너 이번에도 그냥 모른척 넘어가면 정말 벌 받는다." 난 예..아니오..아무런 대답없이 짧은 한숨만 내 쉬다
통화 종료 버튼을 수차례나 눌렀다.

미역국...생일 파티...어버이날...주년 기념..결혼식과 장례식 빼곤 나머지 날들은 난 정말 아무런 의미를 느낄 수
가 없다. 내 성격이 모난 걸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다. 물론 자식된 도리라는 게 분명있지만, 그 도리의 뼈대가 그런 것들 이라고는 절대 생각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이후...난 가족이외 그 누구에게도 내 생일을 말해본 적이 없다.
아무것도 다른 게 없는 하루중에 하나..아무런 상관관계 없이 그냥 억지로 웃어야 하는 그런 날 들 속에 내 삶이 쳐박히는 게 그냥 싫었을 뿐이다. .덕분에 몇 번의 가볍지 않았던 내인생에서의 연애에서도 가끔 이 런것들이 날 괴롭히곤 했었다.

1년전, 난 똑같은 단어를 엄마에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 걸 내 던지고,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던 세계로 날아간다고 처음 말 을 꺼냈을때, 아버지는 그냥 말없이 고개를 숙이셨고, 엄마는 늘 그러셨던 것처럼 나를..아니 내 인생 자체를 송두리채 부정하고 비난하며...난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몇년 전 난, 속칭 강남 잘나가는 룸빵에서 짱 박혀 있던 돈에 미친 왕따 웨이터 였다.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의 보증 때문에, 평생을 함께 했던 집에서 쫒겨나기 전날 밤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었다.
반드시 집을 되찾겠노라고, 그 이후...아무런 기술도 빽도 힘도 없는 고졸 출신 남자애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한정
되어있었다. 주위 애들은 도박에 쇼핑에 여자에 빠져 있을때, 강남역 교보문고 미네르바에 쳐박혀 지내며 돈을 모으는
게 전부인 인생이였다.
가끔 새벽에 몰래 예전 집에 가,,벽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다짐하며 하루 하루 벌레같은 삶을 견디어 나갔다.

그러던 중 만난 한 여자가 내 인생을 송두리 채 변화시킬 줄..은 그 때는 알지 못했었다.
정상적인 여자애..물론 아니었다. 19살...인생의 반은 일본에서 보낸...엄마는 일본..아빠는 한국 사람..
한국에선 남들과 다름없는 여학생 이었지만, 일본에선 엄마의 술집에서 일하는 어린 넘버원 호스테스..
잠깐 나왔던 한국에서 우연히 나와 만나게 되었고
...만나는 6개월 동안 나에 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점점 그애가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미친듯이 궁금했던
나였지만, 나역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름두글자 밖에 몰랐다..심지어 성도 모르고..

그녀와 처음 만났던 그 날 새벽...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
내 손을 끌고 모텔로 들어가...계산을 끝낸 후...고요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는 말했었다.
"너가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아는데...나 아무한테나 이러지 않는다...그것만 기억해.
그리고 나 불행하게도...취할줄 몰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녀가 빠져나간 자리에 한동안 난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6개월 후...난 드디어 참지 못하게 그녀에게 물었다.
" 나...너한테 깍두기 인거 잘 알고는 있는데...그냥..."
그녀 " 나 너한테 깍두기라고 한 적 없는데 무슨 개소리야...집어쳐..무슨말이 하고 싶은건데.."
" 나..너 ..좋아하는 거 같다.."
그녀 " 나도 그래...근데 뭐야 그 병신같은 표정은.."
" 넌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어?"
그녀 갑자기 나를 노려보다가...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미소를 지으며 연기를 나에게 날린다.. 말한다.
" 야..xx(내이름두글자)...넌 날 왜 만나? "
난 그냥..아무 이유 없이 어깨가 움추려 든다..그녀 앞에선 항상 이렇지만..지금은 더욱 그 무게가 무겁게만 느껴진다.
그녀 창 밖을 바라보다가.. 도로를 말없이 빗질하고 있는 청소부를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뿜는다.
" 너가 뭐하는 사람인지 상관없어...길에서 쓰레기를 줍든...도서관에서 책을 파든...뭘하든...그런거 관심없어..
난 그냥 너 자체가 좋아..그래서 지금 이렇게 니 앞에 앉아있는 거구...물론 이게 언제까지 갈 지는 장담할 순
없지만,...그냥...좋아 너랑 같이 있으면...그런데 오늘은 좀 아닌거 같다....안 그래? "

그날 밤...출근 하기 위해 샤워를 하고...하얀 와이셔츠에..검정조끼를 걸치고...머리를 메만지던 난...거울 속의 나를
한참 그냥 말 없이 바라보다...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집에서 쫒겨나던 날 이후..처음으로..


그냥...내가 왜 이걸 쓰고 있는 지 모르지만..결론 없이 끝내려니 영...찝찝하기만...하네.

현재 외국에서 영화공부하고 있는 인간입니다. 노는 날 인데 오랜만에 들어왔다가...그냥 뭔가를 적고 싶어서 이렇게
남기네요..건강들하세용.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byongwoon
2009.05.26 21:28
적어도 저 보다는 더 효자 이신것 같군요,저는 잃어버린 개 찾는 광고지 같은 것은 그냥 제가 떼고 다닙니다.개 주인 한테는 몹쓸 짓 이긴 한데요,부디 이루셔서 못 다한 효도 하시죠.힘 내시죠.
hmano
글쓴이
2009.05.27 04:37
개 찾는 광고지..를 보니까 플란다스의 개가 떠올르는데요. 전 괴물 보다, 살인의 추억 보다...그 시절의 봉준호님이 그리운데 왜 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부담스럽게 화려하게 피어 언제 시들어버릴지 모르는 장미보다는, 싱그러움을 아련하게 숨긴듯 보이는 봉오리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절이라 그런지도... 아마도요. 박쥐와 마더는 모두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고 싶었는데...이 곳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져서 많이 아쉽네요. 마더보다...박쥐가 더 끌리긴 하지만..요....그리고 박찬욱 님은 그냥 한마디로...이젠 완전 짱급이 된듯... 만약 박찬욱이...한국이 아닌 환경(영화제작환경)이 다른 곳에서 태어났더라면...그의 작품색깔은 또 다르게 나왔을 테죠..아마도..피와 폭력으로 길들여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잠시 해봤어요....막..우디 알렌 이런식이 되었어도 꽤나 매력적인걸 볼 수 있었을수도 있을텐데요..안 그런가요? ㅋㅋㅋ
Profile
byongwoon
2009.05.27 21:37
hmano님//봉우리도 언젠가는 피워야 하구요,순수 자기 의지로서 만의 피움이 아님을,장미도 언제 시들어 버릴진 몰라도 지고
다시 화려하게 피우고 지고 피고 짐을 어찌거스리리까.박쥐,마더 아직 보지를 못해서 할 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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