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난로.

justink 2008.03.17 01: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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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순정 연출팀입니다.
오랜 준비 기간을 가지고 이제 얼마 후 크랭크 인을 합니다.
지난 제작일지의 글 쓴 날짜와 오늘의 간격이 때로는 멀게 때로는 가깝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더 나아졌다는 건,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건 분명해요.^^

어제는 확인 헌팅을 다녀 왔습니다.
감독님,촬영기사님,미술감독님,조명기사님,동시기사님...
등등 꽤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움직였습니다.
제작 부장인 종훈이 수고 했어요^^.
(종훈군은 "구미호가족"에서 만난 제작팀원인데.
최근에는 "만남의 광장"과 "무방비 도시"를 끝냈죠.
부지런하고 책임감 좋은 제작 스텝입니다.후후)

확인 헌팅을 돌며...
우리가 앞으로 필름에 담을 공간들이
이제 곧 재개발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일정의 압박과 동시에 안타까움이 짠 하게 올라왔습니다.

헌팅을 하다보면
한 공간에, 어떤 골목에, 누군가의 담벼락에
오래된 시간의 층들이 쌓여 많은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그것이 그 장소의 정서를 마치 냄새처럼 자연스레 풍겨내는 곳들을
발견하면 기뻤고 그것이 영화에 반영이 되던
혹은 제외되던간에 그 일주일간은 문득 문득 훈훈해지는 느낌을
받고는 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그런 공간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앞다투어 들어가는
가좌지구...사직동 뒤편..후암동 거리들.. 홍은동의 골목들..
강동구의 벌판들... 김포의 작은 언덕들..

어떤 감독님의, 때로는 누군가의, 작품 속 주인공이
외롭고 슬프고 혼자 있고 싶을 때
누군가의 담벼락에 기대어 있고 싶을 때.
그럴 만한 삶의 장소들이
이제는 25시 편의점으로... 거대한 아파트 단지의 상가로 변해있네요.

가끔은 덩쿨이 우겨진 오래된 세탁소를 헌팅해 놓고도
신사동,압구정동,청담동의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게 더 비현실적인 공간이지 않나..
고민합니다. 아무도 이제는 그런 장소를 만날 수 없는데..
그것이 스크린 안을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게 만들어 버리지나 않을까
너무 오만한 고민일 수는... 고민을 합니다.

오늘은 제작일지를 재개하며
앞으로 갈 길이 9만리이지만
그래도 잘 준비해오고 견디어온 스텝과 배우분들에게
혼자 박수를 칩니다^^~

행복한 촬영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가 감독도 아닌데... 후후)

p.s :
류감독님은 요즘 빈티지 필름 사진기에 꽂히셔서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계십니다.
감독님 : "역시 ... 필름이야."

저 역시 저렴하게 올림푸스 pen ee3와 미놀타 하이매틱 gf 똑딱이를 사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 올립니다. 각자의 현장 속에서 화이팅!

(미놀타 사진은 제작팀입니다.
좌로부터
회계 은란씨. 라인프로듀서 민진 누나. 부장 종훈. 부원 정훈, 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