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3일 -mr.총알- 26 방아쇠는 당겨졌다. -감독님과 2차 헌팅회의 및 CG회의 그리고 축구-

mssun 2006.06.14 03:47:51
6월13일 화요일 감독님과 2차 헌팅회의 및 CG회의.

눈치 없는 해는 하늘 높이 떠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열한시가 넘고 있다.
출근이 늦은 이유는 어제의 늦은 귀가에 기인한다.
어제 1차 테스트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필름을 맡기니 12시가 넘긴 시간이었다. 안성에서 카메라를 싣고 촬영팀과 촬영감독님, 차부장님, 나. 이렇게 5명은 스타렉스로 서울로 올라왔다. 나머지 인원은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향했다.
안성에서 운전을 하게 된 나는 사실 운전에 자신이 없다. 게다가 야간운전. 안경을 맞춰야한다.
아무튼 이런 변명들이 나 스스로도 듣기 싫지만 사람마다 잘하는 일은 따로 있다.
10여분 운전을 하니 차부장님이 운전을 하겠다며 차를 세우란다. 너무 안전을 생각한 운전을 했나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나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며 뒷자리에 자리 잡는다.

사무실에 앉아서 어제의 메모들을 살펴보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것저것 신기하게 바라보고 쳐다봤지만 그도 잠시였을 뿐 촬영은 지루하고 단순했다. 물론 그럴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솔직히 많은 기대를 했었다.
촬영장의 작업은 반복해서 이루어지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연기자들은 같은 동작을 반복했고 기술스텝들도 기계적이었다. 연출부 상현이 조차 슬레이트를 카메라에 들이미는 행동을 수백 번은 했을 것이다. 나또한 촬영준비 때만 어수선하게 움직였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담배꽁초나 테이블을 치우는데 허비했다. 물론 당연한 일이겠지만.
깔끔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써볼 생각이다. 그렇게 된다면 일하는 스텝도 기분 좋고 나또한 소소한 일로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적어질 것이다. 뭐가 있을까.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현장의 사람들에게 부탁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쓰레기통이 없다면 한곳에 모아 두기를 부탁한다.’
-힘없는 제작부 드림.―

촬영지의 분위기를 그럴 듯하게 적어놓은 제작일지는 내가 처음 읽어보았던 왕의남자가 아닐까 싶었다. 사무실에 앉아 메모를 바탕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해 보려고 했다.
내가 쓴 부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식당의 묘사가 아닌가 한다. 솔직히 한 줄로 끝날 일이었지만 길게 늘여 쓰니 재미있었다.
앞으로 현장의 상황은 그런 분위기로 가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듯 내가 쓴 일지에는 나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그런 내가 좋다.


2시에 감독님과 회의가 잡혀있다. 헌팅보고는 차부장님과 진섭씨가 하고 나와 상현이, 태욱이는 헌팅을 다녀온 사람들로 발표자의 발표에 보충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회의는 진행되었다. 차부장님의 방송국헌팅보고가 끝나고 진섭씨가 1팀과 2팀을 대표해서 발표를 시작했다. 진섭씨는 깔끔한 페이퍼를 준비해 발표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진섭씨는 헐렁헐렁해 보여도 일은 깔끔하게 잘해내는 것 같다.
감독님의 가려운 곳을 박박 긁어준다. 감독님과 조감독님, 촬영감독님 모두가 그런 진섭씨의 칭찬에 입이마를 새가 없다. 조금 시샘이 났다. 부럽기도 했다. 말도 재미있게 잘 한다.
하지만 웃기지는 않았다.


보고가 끝나고(차부장님의 야심작과 진섭씨의 야심작은 모두 제1안이라는 최고의 성과를 얻어냈다.) 많은 장소가 확인헌팅장소로 결정되었다. 이렇게 되면 일이 많아진다. 보고서도 보고서지만 약도와 위치파악까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물론 조감독님과 차부장님이 스케줄을 짜기는 하지만 나와 태욱이가 해야 할 일도 늘어난다는 이야기.

이어지는 CG회의.
CG회의는 5시30분에 시작했다.
오늘은 축구가 하는 날이다.
다들 마음이 급하다.
회의는 촬영감독님과 감독님, 조감독님과 진섭씨 그리고 나와 상현이, 지연씨가 참석을 했다. 조감독님은 CG팀과 협의한 내용을 간단히 보고하겠노라고 말하며 회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회의는 길어졌다. 8시 가까이 되어서도 회의는 계속될 기세였다. 이때 감독님이 오늘은 너무 그러지 말자는 말과 함께 전체를 훑어보는 방향으로 하자는 제안을 냈다. 어차피 다음 CG회의 때 CG팀과 다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 회의는 간단히? 끝났다.

축구는 회의가 끝난 사무실에서 보기로 되어있다. 대충의 먹을거리를 사서 테이블을 꾸며놓았다. 티브이에서는 흥분한 캐스터의 목소리가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하지만 우리 총알팀의 여성동지들은 나래누나 빼고 모두 사라졌다. 다들 남자친구 만나러 떠난 것이다. 아마도 우리의 여성동지들은 오늘 남자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남자친구 군대복무시절의 축구이야기.
'내가 말이야 군대있을 때 축구를 했는데 말이야.'


축구가 끝나고 집으로 향했다. 연장운행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단지 사람이 많았고 열차는 늦게 왔다.
사당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는 사람들은 안다. 사당에는 항상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는 것을, 아주 길게.
오늘은 그 두 배의 길이로 사람들이 서있었다.
재미있던 것은 줄이 길다보니 사람들이 버스번호를 자주 물어왔다는 것인데, 내 뒤에 서있던 예쁘장한 아가씨는 스무 번도 넘게 버스번호를 말해주어야 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그 아가씨에게만 버스번호를 물어보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
뒤를 힐끔거린다.

한국이 2:1으로 토고를 이겼다.

대한민국 화이팅, mr.총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