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3일 -총알- 8. 방아쇠는 당겨졌다.
mssun
2006.06.03 02:14:43
5월23일 화요일
진섭씨와 구로에서 만나 지도를 구입했다. 지도, 생각보다 크고 비쌌다.
진섭씨는 ‘이거 구입하고 당신 짤리는 거 아냐!’ 하며 웃었다.
순간 움찔했지만.
괜찮을 것이다.
오늘 헌팅장소는 과천의 선영과 미나 집이었다. 고급주택을 발견했다.
하지만 집집마다 개들이 서로의 목청을 올리고 있었다.
진섭씨는 대안으로 추파춥스를 내놓았다.
농담 같지 않았다.
이곳저곳 용인과 김포를 샅샅이 뒤졌다. 좋은 장소 서너 곳을 발견한 기쁨에 복귀하는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조금 들뜬 날 보며 진섭씨는 모든 것은 감독님에게 달려있다며 웃었다.
돌아오는 내내 가부키(주요인물)의 아지트가 아른거렸다. 어떤 곳이 좋을까. 머릿속에 구름처럼 그려지는 이미지. 가부키의 아지트.
‘가부키에게 좋은 아지트를 선물하고 싶은데.’
옆에 진섭씨는 말이 없다.
세네갈과 평가전이 있는 날이다. 사무실이 떠나갈 듯하다. 결과는 무승부. 늦은 시간 다들 자신의 업무로 돌아갔다. 그때 조감독님의 호출로 전 스텝이 회의실에 모였다. 스무 명 남짓의 인원이 모이자 분위기가 자못 진지해졌다. 조감독님은 위트 있게 회의를 진행했고 시나리오속의 장면들이 미술감독님과의 대화 속에 하나씩 색을 더해갔다.
연출부와 제작부의 헌팅보고와 스케줄 매니저 누나의 배우스케줄 정리. 부장님의 주요관심사인 ppl과 세트, 특분, 분장 등 시나리오상의 전개가 서서히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3시를 넘기고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회의의 열기를 더해갔다. c.g와 카메라 등이 선별되고 우리영화가 모습을 찾아갈수록,
시간은 새로운 하루를 재촉하고 있었다. (표현이 진부한 듯)
회의가 끝나고 조촐한 소주한잔이 있었다. 조감독님과 제작실장님과 부장님 그리고 나까지 하늘이 하얗게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