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7일 -총알- 4. 방아쇠는 당겨졌다.

mssun 2006.06.01 01:17:28
5월17일

나는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사실은 엑셀이라는 문서프로그램을 노려보고 있다
처음으로 대해보는 엑셀, 생경스럽고 어렵다.
엑셀의 수많은 네모들.
셀을 우리말로 세포라고도 한다.
하나의 셀 속에 무수한 정보가 저장된다
하나의 셀에 많은 분량의 정보를 저장 할 때마다
마치 우리 몸의 세포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우리영화 총알이 부쩍부쩍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안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흔히들 쓰는 말로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잊는다는 말도 있다
내가 그렇다
하지만 열배로 노력하라던 어느 성인의 말이었는지
군대 고참의 말이었는지 잘은 모르겠는 그 말을 상기하며
나는 오늘도 모니터를 노려본다.

엑셀하면 생각나는 자동차가 있다.
한때 우리 아버지의 애마였던,
다른 엑셀들과 너무도 똑같아 아무리 비교해 보아도 너무도 흔하고 개성이 없던,
그래도 우리식구들의 나들이를 책임지던 놈이 있었다.
그놈은 지금쯤 어디를 달리고 있을까?
우연한 기회에 이상시인의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시를 읽었다.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전체적으로 난해했다. 하지만 마지막 구절은 마음에 들어왔다.
‘바깥은우중.발광어류의군집이동’
예전에 누군가가 내게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 온 적이 있다.
그때 무심코 튀어나온 말은 ‘물고기’ 였다.
지금도 왜 물고기 인지는 모르지만 물고기 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한가하게 물을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
얼굴에 바람처럼 스칠 물의 감촉.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도 우리의 엑셀은 지금쯤 바다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 것 같다.
저기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도 나중에는 꽉 막힌 도로가 아닌 넓은 물속으로 나아가 자유롭게 살아갈 것이다.
아무튼 아버지의 애마, 엑셀과 다르게 나의 엑셀은 아직 나와 친숙하지 않다.
좀 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