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6일 -총알- 2. 방아쇠는 당겨졌다.

mssun 2006.05.29 21:07:56
5월16일

사무실에 도착했다. 내 자리도 생기고 내 옆자리의 연출부랑은 인사도 했다.
자리에 앉아 제작부 매뉴얼을 읽고 있었다.
제작부장님이 제작일지라는 것을 보여주며 읽어보란다.

‘왕의 남자’ 읽다보니 재미있다. 그 글을 쓴 제작실장이 모니터 안에서 살아 숨 쉬며 내 눈 앞, 가까이에서 움직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 제작실장은 모든 난관을 극복하며 일을 척척 해결해 나간다. 코난이나 람보처럼
아무튼 한참 빠져 읽다보니 앉은 자리에서 절반을 읽어버렸다. 부장님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아니, 아주 가까이에서 들려온다. 귓속을 파고든다.

‘아직도 감이 안오나. 한 둬개 읽어 보믄 아는 거 아이가?’
나는 영화제작과정을 말하는 줄 알고 소리 없이 긍정의 목례를 날렸다.
'더 읽어야 겠나. 앞으로 그거 니가 써라. 하루도 빼먹으면 안된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새도 없이
‘니 글쓰다 왔다며’ 한다
맞다. 나는 글을 쓰다 왔다. 까짓것 해보자 하는 맘이 생겼다.
‘네. 제가 하겠습니다. 하지만 소스가 좀 필요하겠습니다.’
나도 왕의 남자 제작 실장처럼 멋진 제작일지를 쓰고 싶었다.
‘그런거 없다. 니가 알아서 해라.’

그래서 우리영화 -총알-의 제작일지는 나의 제작일기가 되어버렸다.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올린다.

난감한 상황에서 다른 제작일지를 꼼꼼히 살피고 있는데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누굴까 친근하고 친숙한 목소리. (참고로 내 책상은 벽 쪽을 보고 있어 내가 관찰할 수 있는 사무실의 크기는 신문지 두 장 정도이고 그만큼 나의 등과 뒤통수는 무방비하다.)
‘형진이 형.’ 형진이 형이라. 배우 공형진. 고개를 돌려 볼까? 고민하는 사이 공형진이라는 우리영화 -총알-속 주인공은 사무실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오늘 나는 내 친구에게 배우 공형진과 1미터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녀석의 반응이 궁금하다. 하지만 얼굴은 보지 못했다.

헌팅계획이 잡혔다. 파출소와 에어로빅센터 약수터. 지역은 신림동 일대. 처음 듣는 동네들이다. 나는 매일 수원에서 출퇴근을 한다. 과연 내가 헌팅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촌놈이 서울와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