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1. 방아쇠는 당겨졌다.

mssun 2006.05.29 20:35:45
2006년 5월15일

제작부일이 시작되었다

면접을 보는 내내 생글 생글 웃으며
일적인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실장님의 인상이
꽤나 맘에 든다.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며 졸였던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 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차후에 연락을 하겠다는 말로 미팅은 끝이 났다
돌아가려는데 실장님이 불러 세우며 ‘BULLET’이라는 시나리오를 주었다
집에 돌아와 설레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꺼내들었다.
불렛이라 불렛이 뭘까? 음식이름 같기도 하다
네이버에 알파벳을 쳤다. ‘총알’
총알이라 어쨌든 들뜬 기분으로 첫 장을 넘겼다.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제작부장이라는 직함으로 월요일까지 강남구청으로 나오란다.
일이 정말 시작되는 것일까.
주말이라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역시 좋은 친구들과 시끄럽게 떠들며 마시는 소주는
정말 맛이 좋다



강남구청역 사거리위에 내가 섰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갈래갈래 갈린 길이라도 바이 내가 갈 길은 하나도 없소’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다
전철역안. 과연 1번 출구일까. 아니면 4번? 우선 1번부터 나가 보기로 했다.
역시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횡단보도를 두 번이나 건너야 했다.
사거리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넌다는 것은 생각보다 짜증나는 일이다
약속시간은 10시. 지금시간은 9시50분. 문을 열어야 하나?
어쩔 수 없이 10분을 고민의 시간으로 할애했다.
10시 정각.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답이 없다. 한 번 더 두드린다. 적막이 흐르고
여기가 아닌가? 휴대폰을 열어 부장님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간다.
받질 않는다. 바로 두 번째 통화를 시도한다.
받질 않는다
또다시 10분의 고민의 시간을 갖던 도중 울리는 전화.
통화버튼을 누르고 ‘여보세요.’를 말하기도전에
‘어디에요?’하고 약간 윽박지르듯 물어온다.
‘사무실 앞인데요.’ 공손히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자세히 들어보니 말끝이 한없이 올라갔다 내려온다.
‘강한 사투리’
불안하다.

사무실에 들어섰다. 하얀 공간. 칸막이로 나눠진 책상들 여러 개의 방.
갑자기 소설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세포 속에 갇혀있는 세포핵 같은 존재가 인간이다.’
아무튼 그렇든 말든.

나는 당당하게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한다
고개를 두리번거려 처음의 인상 좋던 실장님을 찾았다.
한 남자가 자신을 제작부장이라고 소개한다. 앞으로 열심히 하자는 말과 함께.
잠시 뒤 내 앞으로 쏟아지는 무수한 파일들.
읽어 보라고 한다.
읽는 거야 내 특기중의 하나다. 하나씩 읽어 내려간다. 읽는 거야 읽겠는데 이해하기 힘들었다. 두 번째 읽을 때서야 영화전반의 제작과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사무실이 어수선해진다.
‘쟤는 누구야.’라는 말과 함께 뒤통수가 뜨겁다. 뒤를 돌아봐야 하나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파일에 눈을 고정하고 못들은 척을 하기로 했다. 갑자기 눈앞에 얼굴하나가 쑥 들어왔다.
놀라지 않은 듯 표정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 했다.
부장님이 어깨를 툭 건들이며
‘대표님이시다.’라고 말했다. 대표라. 국가대표? 영화를 찍는데 무슨 대표?
아무튼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다. 나 스스로 ‘나의 목소리가 너무 작지 않았나!’라는 자평을 내리고 아쉬워하는 찰나
‘글 쓰다 온 애랍니다.’라는 짧은 소개가 있었다. 맞다 나는 글을 쓰다 온 사람이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지도 10년이 넘었다.
처음 1년 동안의 작품 수는 50편도 넘었었다. 물론 잡다한 짧은 글까지 모두 포함해서 나온 수치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는 작품수를 생각하면 머리가 몽롱해지고 웃음이 날 때도 있다.

그런저런 시간이 지나고 생경한 사람들이 눈앞을 왔다 갔다 한다. 그리곤 ‘밥 먹으러 갑시다.’라는 멘트가 귀를 울렸다. 사실 아침을 거른 터라 배가 고파오고 있었다. 대규모의 인원이 식당으로 들어가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고 밥을 먹는다. 자세히 보니 아까 내 눈앞을 어른거리던 사람들이다. 누굴까 저 사람들은.

병원 섭외 전화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병원은 총27군대였다.
결과적으로 반응을 보인 곳은 5군데였다. 나머지는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
대부분의 대답은 이러했다.
‘전에 했었는데 환자분들의 민원이 너무 심해서 무조건 안하기로 방침을 굳혔습니다.’
부장님께 상황을 보고했다.
‘영화해본 곳은 다시는 영화를 안 하려고 한다니까.’ 부장님의 짧은 평이었다.
‘뒷정리를 잘하고 철수를 하던가.’ 한마디 덧붙였다.

집에 돌아와 수정된 시나리오를 읽었다. 두 장의 소감을 내라는 지시도 있었고.
읽고 쓰는 거야 내 전공 아닌가? 잘 써가야지. 맘을 다잡는다.
졸음이 밀 려 온 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