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血淚] 뜨거운 날. 뜨거운 사람들. 뜨거운 시작
zombie
2004.07.04 13:26:55
크랭크인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영화라는게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도 못하고 엎어지기 일쑤인 작품들 속에서 드디어 [ 혈의 누 ]는 이미 반은 와버렸습니다. 6월 27일. 오전에 5시간을 달려 경주로 내려가 오랫만에 맛보는 낯선 모텔의 비릿한 내음을 만끽하며 다음날 사투의 순간을 준비한 우리들. 당일 뜨겁게 내리쬐는 경주 양동마을의 현장에서 조선시대로 돌아간 인물들 틈 속에서 땀으로 목욕을 하기 시작했더랬죠. 아 정말 살인적인 더위가 우리의 뺨을 공중삼회전뒤돌려차기로 가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대로 더위 맛을 보았죠.
어쨌거나. 촬영 첫날은 마구 날뛰는 조랑말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과 감독님의 '레디 꼬!'라는 외침에 어색해했던 모든 스텝들에게 현장의 첫 적응기간이었고 뒤이은 둘쨋날의 촬영 역시 그 연장선 상에서 좀더 호흡을 잘 맞출수있는 기깍기 작업의 연속이었습니다. 현장이라는게 원래 영화에 대한 연출력과 열의만 있다고 모든게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어느정도의 순발력과 정치력이 쇼부를 치는 작업아니겠습니까. 이제 100여일이 넘는 대장정이 시작되었으니 서로에게 무엇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지... 조금씩 알아가게 될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창원 실내수영장에서 세번째 촬영을 마치고 올라왔습니다. 수중촬영팀과의 첫 작업은 모든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만.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알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매번 어려움이 덮쳐올 현장에서 ... 뭔가 소소한 미덕을 찾아낸다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이 지리한 여행에서 버틸 수 있는 조그만한 즐거움이 될 줄거라 믿고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촬영으로 꼴딱 밤을 새고도 이처럼 지지리 궁상맞게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흣.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