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사적인 일지...'모녀의 대화'

skim31 2004.10.23 00:59:21
오늘 한국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엄마품에 안기니까 그동안 쌓인 긴장과 피로가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음식들을 한상 거하게 먹고...
엄마랑 같이 벌러덩 누워서 잡담을 시작했다.
마침 TV에서 한국영화에 관한 현장리포트 뭐 그런걸 하고 있었다.

방송 "스탭들의 열기가 현장을..."
엄마 "스탭이 누구를 스탭이라고 하는거니?"
나 "음..그냥 다...나도 스탭이고... 뭐..영화 현장에 가면 감독.배우.스탭.이렇게 있어"
엄마 "그럼 넌 언제 스탭안하고 감독하는건데?"
나 --;

방송 "조감독은 모든 스탭들의 요구사항을 들으면서..."
엄마 "넌 조감독 하면 안되겠다. 게으르잖아..."
나 --;

방송 "올드보이는 그렇게 해서..."
엄마 "저 배우 머리는 왜 저런거야? 저기 진짜 가둬놓고 찍는거야? 그래서 저런거야?"
나 "엄마...저런게 설정이고 연출이야. 그리고 배우를 가두긴 왜 가두냐?"
엄마 "그럼 다 거짓말이잖아."
나 "엄마 영화는 거짓말이야 원래"
엄마 거짓말을 왜 하냐는 식으로 고개를 갸우뚱. 이해 안가는 듯한 표정 주욱...
참고로 울 엄마는 아직도 송승헌을 보면 준서..라고 부른다. 순수100%.

방송 "(아련한 음악이 흐르면서)오늘도 감독의 꿈을 위해 땀 흘리는 스탭들..."
"영화는 마약같아요. 어쩔때는 정말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좀 쉬면 몸이 간질간질하고..."
"하모니와 같은거죠. 수많은 사람들이 한장면을 위해 애쓰는 거예요"
"5년 후로 예상하고 있어요. 5년 후에는 나도 감독의 자리에 앉을 꺼다라는 희망으로 오늘을 버티죠"

엄마 "열심히 해!"
나 ......

사실 엄마는 내가 영화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계신다.
몇달만에 나타나서는 허리아프다며 드러누운 딸의 얼굴에 가득한 주근깨를 보고 있자니
썩 맘이 좋지만은 안으시겠지... 시집도 가야하는데 이제...울엄마 기준에...
그런데 효력이 있었나보다
그 방송프로그램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처음으로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아까 그 TV에 나왔던 스탭들은 다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웬지 상당히 가깝게 느껴진다.
오늘 집에서 편히 쉬고 있을 우리 스탭들도 생각나고...
물론... 돈이 다 떨어졌다며 당장 노가다를 나가자고 아까 공항에서 서로 약속하던
이 모씨와 박 모씨 걱정도 되긴 한다만은...

내일부터 중간편집이다.
청연은 현재 총 103회차 약 60%를 찍었다.
음...미국..일본..한국세트..중국..정말 고단한 여정이었지만
어려울 수록 모두 많이 성장한 느낌이다.
한국촬영까지 열심히 준비해서 멋진 영화 만들었음 좋겠다.
엄마가 우리 영화보고 감동먹는 그 순간까지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