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의 눈물과 김주혁의 침묵
skim31
2004.02.12 16:30:42
얼마전에 감독님과 두 주연배우가 처음으로 시나리오 리딩을 했다.
두 배우의 첫인상은 매우 좋았던 것 같다.
진영언니는 나이를 예측할 수 없는 깜찍함과 발랄함 그리고 의외의 털털함이 인상적이었고
주혁오빠는 생각보다 커다란 검은 눈동자로 사람들을 보면서 스물스물 웃음을 흘렸다.
엄하신 감독님 앞에서 약간은 긴장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전반전은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감독님은 무엇보다 배우들의 일본어연기를 궁금해하셨다.
두 배우는 몇주전부터 일본어 대본을 과외교습을 통해 배우고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자신이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일어 대사가 잘 붙지 않아 어색한 리딩으로 시작되었지만
곧 극에 몰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각 씬마다 감독님의 연출의도와 감정선 그리고 비쥬얼에 대한 설명을 듣던 배우들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감정에 젖어드는 듯 보였다.
그렇게 한씬한씬 흘러갔고
영화는 감정의 절정에 다달았다.
도저히 감당 할 수 없었는지
진영언니는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말을 잇는 것을 힘들어했고
주혁오빠는 침묵했다.
처음의 가벼운 농담과 웃음은 사라지고 없었다.
사실 나도 몰랐다. 시나리오에 써있던 글들이 이런의미를 갖는 것인지는...
평범하던 것들이 특별해지는 순간이 된 것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낸 애국지사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살았을 수 많은 보통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데올리기를 가진 자만이 기억되는 역사.
그 속에서 좌지우지 되었을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직 세상에 보인 적이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연출부로서 감독님에 대한
시나리오에 대한
게다가 두 배우에 대한 확신까지 얻고
작품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