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이 오면' 촬영 끝.

weirdo 2004.07.27 08:40:35
2004년 7월 26일 월요일.
남양주 덕소.

비가 온다는 분명한 예보가 있었지만,
우리는 비냄새를 맞지 못했고.

아쉬운 이들은 벌써부터 서로서로 사진을 찍었고.

수많은 아파트 주민들 뜨거운 관심 속 촬영은 시작되었고.


한컷 두컷, 한씬 두씬.. 그러다,

"자, 우리 '꽃피는 봄이 오면', 이제 마지막 한 컷 남았습니다." 조감독님 외침에
유치하다거나 웃거나 했지만, 잠깐의 어떤 느낌도 가져보고.

자정 지나 한시간, 두시간.. 그러다,
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끝.

"여러분들 덕분에 그동안 정말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 인사에
짜자작. 박수도 쳐보고.

아쉬운 이들은 서로서로 손인사나 가슴인사를 나눴고,
그래도 아쉬운 이들은 그래도 사진을 찍었고,
웃고.


서울로 이동. 충무로. 먹고 마시는 집.
이쪽에선 먹는다.
저쪽에선 마신다.

이제, 아쉬운 이들은 아쉬운 듯 돌아가고,
더 아쉬운 이들은 더 아쉬운 듯 돌아가지 못하고.


하늘은 밝아졌고 06시38분이나 되었을 때,

윗층에서 쉼없이 터져나오는 웃음들엔 아직도 힘이 가득하고.
아랫층에선 홀로 아무렇다.


나는, 내가 하는 짓이 이상해.
웃음소리 뒤로 하고 소리없이 빠져 나온다.


나는 그저, 술도 한잔 하고 싶지 않았다.


급할 필요 없어.
가만히, 천천히 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