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weirdo 2004.06.24 23:49:45
나팔 부는 현우는,
대극장 연주무대에 두번을 오르게 됩니다.
가을하늘이 희미해져 갈 즈음의 어느 날과,
날카로운 겨울 찬바람이 서서히 꼬리를 내릴 즈음의 어느날.

그 두번의 순간을 그려내기 위해서 전주에 왔습니다.


티비를 전혀 보지 못하다가, 요며칠은 김선일씨 관련된 뉴스를 보기도 하였습니다.


전주 촬영분은 보조출연자만 800여명이 등장하게 될, 아주 덩어리가 큰 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느낌까지 그렇게 커져버리면 곤란하겠습니다.


전주에 내려와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가 뻘건 불빛들 늘어선 사창가를 두번쯤 통과할 때에는,
손 흔드는 그녀들의 모습이 궁금해 차를 서행시키기도 했습니다.


도계중학교 학생들도 이번 장면을 위해서 전주로 오게 됩니다.
도계 - 전주. 지도를 펴놓고 보니 까마득하던데요.
그 아이들, 멀미가 심해서 장거리 버스에선 늘 토하고 그러던데..
내일 도착하자 마자 있을 연주 녹음이 잘 진행될지 걱정입니다.


여전히 날지난 신문들을 겨우겨우 읽고 있습니다.
6월초쯤 보았던 신문에서, 3월 한강에 몸 던진 대우건설 남상국님의 시신을
6일째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 복잡하였었습니다.
3월 그때에 도계로 이동하던 우리는, 강물위에 배 띄워놓고 수색하던 경찰들을 보기도 했었거든요.

그리고, 결국 11일만에 강바닥에 파묻힌 시신을 찾아내었다는 것과
시신을 확인하는 그 가족들의 저릿한 사진을 담은 기사를 본 것은 오늘입니다.


내일은 리허설과 연주녹음. 그리고 모레와 글피에는 촬영이 있습니다.


여비서다방, 백조다방, 누드다방, 뻑가네다방, 뽕다방..
이곳 숙소 사각티슈와 성냥갑에는 빨간글씨 다방 광고가 빈틈없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어느덧, 10여회차 정도의 촬영만이 남았을 뿐이라고 모두들 한마디씩 합니다.
현우의 도계친구 수연의 촬영분량이 끝난 것은 꽤 지난 일이고,
서울친구 연희와 경수의 촬영분량도 어제의 서울촬영으로서 모두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현우의 사람들을 이렇게 하나 둘 떠나보내는 것이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떠나는 것과 그렇게 떠나는 것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김선일씨는, 천구백칠십년생이라고 모두에게 말했습니다.

그때 그는, 오늘을 알지 못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