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다. 라고 제목을 쓸까말까 하다가 생각을 멈추었습니다.

weirdo 2004.04.10 02:29:13
도계에서의 촬영은, 대체로 잔잔하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꽃봄'처럼.
혹, '대체 뭐가 순조롭단 말이냐?'라며 반기 들고 싶으신 분 계시다면
굳이 말리고 싶진 않습니다.

제가 경험도 없고 해서,
이 사람이 이말하면 이런것 같고, 저 사람이 저말하면 저런 것 같고
그러기도 합니다.


사고(?) 소식입니다.

이틀전에 연출부 김**군이,
소품을 차에 싣고 홀로 꼬불꼬불 산길-밤길-내리막길을 급히 달리다,
마주오던 차량의 상향등에 잠시 넋을 잃고 중앙선을 넘어
범퍼와 산자락을 맞닿게 함으로써,
차도 빙글 돌고 차량도 일부 파손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죽는 줄 알았겠죠.
그러니 앞으로 마음 고쳐먹고 바르게 살길 바랄 뿐입니다.

하루전에 -언젠가의 회식자리에서 '미혼' 경쟁자들을 가뿐히 짓밟고 '얼짱'으로 선정된 바 있는- 스틸 남기사님이,
어떤 선에 걸려 넘어지면서,
내동댕이 쳐진 사진기의 몸통과 렌즈는 분리되고
손등에선 '자다가 흘린 침'정도 되는 양의 빨간 체액이 유출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프고 민망하고 사진기 걱정되고 하셨겠지만,
사진기 고장 안나고 얼굴 안다친 것으로 위안 삼으셔야겠습니다.
어차피 손등보고 뽑은 '얼짱'은 아니니까요.



오늘, 따가운 햇살 받으며 도계를 떠난 우리는
해가 사라질 때쯤, 서울의 화려한 불빛들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5, 6일쯤은 서울에 있을 예정입니다.
서울의 매연과 인파와 번잡한 도로와 멋부린 사람들과....
그런 것들을 며칠간 접할 생각을 하니, 기분도 좋고 가슴도 포근해 지는군요.

우선 내일, 잠실에서 촬영이 있고,
이후엔, 못다한 서울지역 헌팅과
그 밖의 서울 분량 촬영이 진행될 듯 합니다.

내일 잠실에서 있을 촬영분인 '꽃봄'의 마지막 장면은,
수많은 벚꽃들의 도움이 절실한 그런 씬이죠.
보기좋게 흩날려줘야 하거든요.
잘 도와줄까요?

우리가 떼어내야 했던 도계의 꽃잎들과
꺽어야 했던 도계의 나뭇가지들과
뽑아야 했던 도계의 이름모를 초록 풀들이
서울 벚꽃과 한발 앞서 내통했다면, 비협조적으로 나와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니, 가식적이라고 한마디씩 듣는 모양입니다. 왜 이러냐.)


불빛 많은 서울입니다.
좋습니다.

네시간쯤 자고 깨어나야 하는 것 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