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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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0 02:22:49
없던 눈을 쌓이게 하는 데에는 소금이 제일이다.
하얀 소금 이백포대를 터 땅에 뿌리니
그 위로 걸음을 뗄 때마다 입김이 나는 듯 하다.
도로 주워담기 시작한 것은 저물녘부터였다. 끝이 없어 보였다.
때가 탄 소금을 장갑낀 손으로 쓸어담으면서
왜란 때 명나라 장수에게 담아 보냈다던
소금에 절인 왜장의 모가지 같은 것을 생각하기도 하고,
할머니 따라가던 동부시장 쌀집 앞에 되로 달아 파는 소금됫박
그 됫박 위에 소복히 올라앉은 흰 소금 생각도 한다.
트럭 짐칸에 소금포대를 싣고 그 위에 드러누웠다.
산속이라 밤 되면 바람이 숭숭 차게 분다.
전투기 두대가 어지럽게 날다가 먼 공중에서 조명탄을 쏜다.
머리칼도 앞섶도 신발 속도 뻣뻣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