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왔습니다... 크랭크인...

mojolidada 2004.03.08 12: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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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출부 막내 김*군입니다. 단편 몇편해보다가 처음으로 우리팀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어리버리하는 막내랍니다. 앞으로도 몇번은 더 써야 할 제작일지 인데 눈앞이 깜깜해지는건 왜일까요?...
(아마도 감독님의 압박이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럼 어리버리 글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3월 5일 눈은 왔습니다. 밑에 쓰여진 연출부 황모양의 글처럼 눈은 오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간절한 바램때문이었는지 눈은 그렇게 왔답니다.

그렇게 눈이 많이 오던날 밤 도계로 감독님, 조감독님, 정***형님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도계로 인서트를 찍기위해 급파되었습니다.
원래는 저도 가기로 되어 있었으나 인서트 찍는데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할지 싶어 조감독님께...

"조감독님... 저 인서트 찍는데 제가 꼭 가야하는 걸까요? 굳이 안가도 된다면 여기서 일을 진행하는게 낳지 않을까요?"라고 말씀을 드렸더랬죠.
참 막나가는 막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차저차 모두들 떠나고 그날 밤 기분은 참 거시기했습니다.
'갈걸 그랬나?' '힘들텐데...' '감기는...' '장비는...' '혹시나 사고는...' 기타등등 여러가지 잡생각들이 들었지요.
그 와중에 든 생각은 '문자 한통 보내자'였답니다. 그렇게 문자보내려고 무던히도 썼다 지웠다 했습니다.
'모두들 피곤하시겠지만 몸 조심히 촬영 잘 하세요.' 정말 짧습니다. 쓰는데는 10분.
그 짧은 문자 한통 보내는게 제게는 참 어려웠나봅니다.

다음날 3시 서울에 남아있던 인원 모두가 도계로 출발했습니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진행된 하루였죠. 빠진건 없는지... 뭐 더 필요한건 없을지...
생각없이 살던티가 너무 나더군요. 평소의 제 모습이랍니다.

도계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었고 선발팀은 촉촉히 젖은 신발을 신고 계속 촬영중이었죠.
짧은 인사를 간단히 나눈후 다음 촬영지로 이동했습니다. 극중 현우와 심벌즈가 캬바레 앞을 지나는 장면이죠.

제가 한 일은 딱딱이. 삽질. 사람들 사이 비집고 모니터링. 그러던 사이 제 신발도 어느덧 촉촉히 젖어가고 있었습니다.
미리 와 있던 사람들의 발은 저보다 더 촉촉히 젖어 있었겠지란 생각을 해봅니다.
감독님의 발도... 조감독님의 발도... 모두의 발이 다 젖어가며... 우리의 영화의 첫 촬영은 그렇게 시작을 한거겠지요.
그렇게 젖은 발은 다음날 돌아오는 기차안에서도 마를줄 몰랐지요.
기차안 촬영이 다 끝난 후 모든 사람들은 한자리씩 차지해서 지쳐 잠들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기차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 한캔도 잊지 않았죠.

신발을 벗고 젖은 발을 조금씩 말려가며 다들 잠들어가고 저 역시도 잠들었답니다.
발은 다 말라갔고 제 마음은 촉촉히 젖어 들며 저의 첫 경험은 그렇게 막을 내렸답니다.

뭘 느꼈나구요? 가장 중요한건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나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 욕먹이지 말자'
'영화는 촉촉히 젖어가며 찍는거다'

아직까진 잘 모르겠네요... 너무 두서 없는 이 글 역시 저의 글 주변이 없음을 뜻하는것이겠죠.
앞으로는... 이란 생각을 하며 막내의 첫 작업일지를 마칠까 합니다.

쓰기전 우려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느낌은 없는 모습만 있는 글이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느낌이 있는 글이 될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