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은, 조금 다른 방식의 글쓰기 >
강원도 도계로 다녀온 테스트 촬영.
촬영팀, 조명팀, 잠시 다녀간 음악팀, 제작부 등 스무명쯤 참여한.
'꽃봄'의 주요 공간이 되는 도계 내 세 곳에서 이루어진.
그 중,
영화 속에서 관악부실로 꾸며질(뻔 하다가, 그날 이후 결국 포기하게 되어버린) 도계중학교 3층 탁구실(?).
이미, 그곳의 탁구대며 집기들을 복도로 빼내어주고, 빗자루질에 물걸레질까지 해놓고 기다리던,
이재건 선생님과 관악부 아이들.
가능하면, 아이들 교복 입은 모습을 찍어보고 싶다는 사전 전화 한통에,
방학중인 재학생은 물론, 연주를 돕기 위해 찾은 여덟명의 졸업생들까지도
한결같이 교복을 입고 오게 해준 선생님의 배려.
졸업생들까지 교복입고 오라는 선생님 말씀에,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입고 와 주었다는 뒷 이야기.
여러명의 '어른들'이 분주히 만지작대는, 생전 처음 보는 '큰 카메라' 앞에서,
연습촬영인지, 실제촬영인지, 뭘찍는지, 지금찍는게 영화에 나오는지, 카메라가 돌아가는지, 카메라가 쉬는 중인지....
그런것따위 계산할 잔머리는 도계 밖에나 있는 것이오.
정신 번쩍 들도옥 온 힘 다해 쉬지 않고 연이어 나팔 불어주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안쓰러운지 종종 자리를 비우던, 그다지 편하지만은 않아보인 선생님의 눈-코-입.
큰 덩치탓에 교실문 통과하지 못하는 큼직한 팀파니 이동을 위해.
활동사진 찍기 전에는,
저 높은 창문 두짝 뜯어내고, 두 손 높이 들어, 팀파니도 높이 들어,
겨우겨우 관악부실에서 복도로, 복도에서 탁구실로.
활동사진 찍은 뒤에는,
다시 두손 높이 들어, 다시 팀파니도 높이 들어,
겨우겨우 탁구실에서 복도로, 복도에서 관악부실로.
최근에,
어쩌면 일년쯤 전부터 가졌던 어지러운 생각은 무언가요.
촬영기간 가장 힘들어지게 될 때는,
내 안에서 -가늠할 수 없을- 거대 충돌질이 일어나게 될 때는,
다른 어느 때 아닌,
현장에서 길바닥에 던져지는 담배 꽁초들을 보아야 하는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
제발.
꽃봄 이전과 꽃봄 이후.
도계 거리에 뿌려진 담배 꽁초수가,
"야 와싱톤, 오나지가 한가지라고 전해."
다시,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