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쓰는 서울 이야기 <1> - 날짜까지 짚어주는 여러가지 이야기.
weirdo
2004.01.29 01:50:52
(이번에도 역시) 지난 일들 돌아보며 간략하게 둘러치기.
<2004년 1월 11일>
아마도 그날은, '꽃봄' 연출부 구성이 모두 마쳐진 바로 다음날쯤 됐을겁니다.
지난 긴긴 시간동안 감독님을 비롯한 한 두분만이 외롭게 헤메이던,
'꽃봄'의 배경, 강원도 삼척의 도계로, 정확히 말하면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도계리로,
연출부 전원은 날아가게 됩니다.
날개 달린 것을 탓을까요? 바퀴 달린 것으로 날았습니다.
두 덩어리였던 탈것에는, 흡연팀과 비흡연팀으로 매우 적절하게 나뉘어 올라타게 됩니다.
연출부 구성완료의 기념이기도 했었고,
연출부들이 서둘러 '도계맛'을 봐야하는 조급함이 있기도 했죠.
(연출부 이외에 제작부장님도 함께 하셨었군요.)
도계를, 감독님이 그동안 둘러보았던 곳들중 일부를, 하루가 꽉차게 돌아본 뒤
끝순서로 동해시에서 이재건 선생님을 뵙고 전원이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재건 선생님은 '꽃봄'의 모태가 되었다던 그 중학교 관악부의 실제 담당 선생님이십니다.
몇차례의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유명해지기도 하신 분이죠.
약속 장소였던 그 거리엔 선생님을 모실만한 '찻집'은 보이지 않고,
온통 '다방'뿐이었습니다.
도대체 다른 갈 곳이 없다는 암담함과
다방이란 곳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이 맞물린 상태로
우리들은 '왕*다방'에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짧은치마 아가씨들' 대신 강한 사투리 섞인 '거친입담 아줌마들'이 몇분 계시던 그곳은
절 실망시키고 말았던 것이죠.
한두시간 선생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서울로.. 새벽에 사무실 도착.
아무튼 그렇게 연출부들의 '꽃봄' 체험은 시작되었습니다.
<2004년 1월 12일>
음악 감독님은 M&F의 조성우 감독님이시죠.
저희 감독님과 '*월의 크리**스', '봄날* 간*' 등의 작업에서 맺은 인연으로, 형 동생 하시는.
'꽃봄'이 음악 영화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한 힘을 실어주실 분입니다.
감독님, 조감독님과 함께 M&F를 찾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년전 처음으로 '꽃봄'에 참여하게 된 후 첫 '코스'로,
무엇보다 '음악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겠다는 감독님을 따라 찾아뵈었던 적이 있는..
반갑게 인사 나눈 얼마 뒤, 조성우 감독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야, 오늘은 일 이야기 말고 그냥 편하게 술이나 한잔 하자."
M&F의 거의 모든분들과 함께 자리하게 됐고,
술이나 한잔 했죠.
(이것도 개인적으로) 놀랍고 흥미로운 일도 있었는데....
그곳 음악감독님 중 한분(역시 일년전 방문때 인사 나눴던)이
저와 비슷한 동네에 살면서 같은 학번이었던것이죠.
학교는 달랐지만, 동네가 비슷한 탓에,
한 다리만 건너니 고등학교 동창들 중 겹치는 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나온 중학교 ***양을 아냐고 묻는데, 그 아이는 3학년때 같은 반이었거든요.
청순함이 돋보이는 미모에 큰키, 상냥함에 우수한 학업성적(--;)까지 겸비한 그 아이는,
중학교 3년 내내 단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었는데..
(그때가 89년이니 벌써 옛일이기도 하고.. 나이 들어서 다시 봤을때는 그다지 뭐..)
그런데.. 근처 학교를 다녔던 그 음악감독님이 3년간 그녀와 '어떤 만남'을 지속했다는 것이 아닌가요.
우리 중학교 대다수의 남자들은 3년을 한결같이 헛물을 켜고 있었던 겁니다.
(여기서 이런말 하면 좀 치사해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 대다수에 속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무튼, 마지막엔 -아가씨 불러주는 곳인데 부르지 않았음에도 비싼- 노래방에도 갔는데,
다수의 음악인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으려니,
괜히 오디션 받는것 같기도 하고(아니 내가 왜?), 흠 잡힐것 같기도 하고.. 저는 쑥스러웠을까요?
그렇게 그날도 새벽에 사무실로 회귀.
<2004년 1월 13일>
중학생들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예요.
아역배우들 오디션을 보기 위해 여의도 유명 에이젼시 ***을 방문합니다.
제가 원래 캐스팅 담당은 아닌데.. 감독님 빼고 유일하게 도계 아이들을 경험해보았다는 전력 탓에,
(사실, 늦게 출근하다가 오디션 가던 팀을 사무실 현관에서 마주친 탓에) 특파되었습니다.
연출부 유일한 여성으로, 아무래도 아이들 다루는 솜씨가 좀 더 나을것 같은 황** 양과 함께.
이미 에이젼시 차원에서 한차례 기준을 통과한 아이들을 차례로 만나는데..
잘생기고.. 연기들도 잘하고.. 작품 경력들도 많고..
저는 부러웠을까요?
* 긴 글 읽으려면 부담되고 짜증나니, 이쯤에서 자르고 다음 글로 계속해서 이어 올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