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있다보면, 사람들의 얼굴을 많이 보게 되고 관찰하게 된다.
서먹한 하게 인사를 하며, 명함을 내밀고 "잘부탁 합니다" 라는 형식적인 몇 마디를 나눴던 그 얼굴들은...
이제 없다.
직책과 서열, 그리고 나이를 막론하고 나에겐 그저 사랑스런 얼굴들 뿐이다.
나이와 경력을 많이 따지는 영화현장에서 선배들에게는 버릇없다며 곱지 못한 시선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어떻하겠는가? 나는 분명 이곳에 솔직하게 쓴다 다짐했었고, 사람이기 전에
나에겐 그저 사랑스럽게 보이는 얼굴들인걸... 그리고 나는 이 사랑스런 얼굴들을 쓰고 싶다.
1. 조철현
타이거 픽쳐스 대표님이시다.
벌써, 일년가까이 보던 아름다운 얼굴이다. 무척이나 소탈하고 솔직하다. 그리고 냉철함을 지니셨다.
반면, 개구장이 같은면도 위의 얼굴에 묻어난다.
가까이서 그리고 멀리서 현장을 지켜보는 눈과 귀를 갖으셨다.
한 때는 살을 빼신다고, 정장 바지에 무거운 다이어트 운동화를 신고 다니시고,
요즘은 금연하신다며 까치 담배를 꿔가며 " 담배값 안드니 좋네~"하며 소탈하게 웃으시는 얼굴.
그리고, "중들이 이렇게 하면 귀여워 보이지 않을까나?" 하시며,
큰 몸에 비해 만드시는 작은 몸짓이 언바란스하지만,
그 언바란스한 모습과 얼굴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크게 각인되어있지 않을까?
2. 정승혜
시네월드 이사님. 그리고 우리 영화의 정신적 지주라 말할 수 있는 얼굴이다.
나는 이분을 볼 때마다 아르테미스가 떠오른다.
강한자에게 강해지고, 약한자에게 한없이 약해지는 분이시다.
즐길줄 아는 삶이란 것이 이분의 얼굴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한다.
현장에서 모든 스텝과 배우들을 때로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때로는 냉정하게 꾸지람을 주시기도 한다.
뭐, 대부분 꾸지람은 배우들이 듣는다.
얼굴과 어울리는 강한 목소리와, 유머감각...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주말이 될때면 현장 어느 뒤에서 그 분의 얼굴을 찾고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