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라이브 앨범

image220 2003.11.25 04:08:29
누가 학생회실 컴퓨터에 김광석 라이브 앨범을 걸어놓고 나갔군요.
조용한 밤. 이 시간. 잘 어울리네요. 좋다.

지하 테이블에 굴러다니는 기타가 있어요. 저도 가끔 붙들고 앉아있는데.
그러고 있으면 전에 대학 첨 다닐 때 생각도 나고.
점심도 굶고 하릴없이 맨날 과방에서 개기던 때.
근데 레파토리가 짧은데다가 거기 오가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으니까 지겹기도 하겠죠.
도대체 작업 안하고 뭘 하냐고. 배짱이 소리도 좀 듣고요.

오늘도 한참 그러고 있었습니다.
영진위에 맡겼던 필름을 찾고 텔레시네를 하자면 작업료가 있어야하는데
정말 올-인이었거든요. 그래서 말 그대로 돈이 없어서 네가를 못찾고 있었던 거지요. 웃기죠.
목욕탕 촬영 끝나고, 비오는 점심 때
촬영 조명이랑 셋이서 감자탕집에서 전골 중자 먹고 올인.
이틀밤 샌 낮에... 비도 오고... 그 순간엔 먹어야만 했던 거지요.
어차피 감자탕 중자 값으로 네가는 못찾으니까. 허허.

다행히 내일은 네가를 찾아다가 텔레시네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yethink님과 wanie의 도움입니다. 참... 말못할 민폐죠.
선뜻 도와주겠다고 하신 eyethink 누나... 누나도 여유가 있는 건 아닐텐데...
wanie는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한테서 맨날 돈 내놓으라는 전화만 받는지...
고마워요...고마워...


솔직히 다른 사람한테 아쉬운 얘기 하는 것 중에서도 돈 얘기는 참 내키지 않지요.
더군다나 영화가 무슨 깡패도 아닌데... 얼마나 무책임하게 보일까.
그게 무심코 나오는 얘기라도 듣는 사람한테 부담이 되는건데.
아까는 캐피탈 사이트도 뒤져보고...
근데 융자도 잘 안된다네요. 경제난으로 서비스중단.

제가 영화를 우습게 봤지요. 이렇게 밑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데.
혹시나 나중에 남의 돈으로 큰 영화 만들 때라고 해도 안잊어버려야지요.

광석이형님 음성이 좋네요.
비 맞은 채로 서성이는 마음의
날 불러 주오 나즈막히


밤샘 신청을 하고 인도네시아 분 편집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지하로 내려갈게요.
단잠들 주무세요.



아, 지금 비가 오나봐요. 소리가 들리네요.


*
간밤에 꾼 꿈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습니다.
세상에. 그동안 찍은 걸 모조리 다시 찍어야된다고 해서 얼마나 식겁했던지!
깨고나서 그게 꿈이었다는 사실에 그만큼 기뻤던 적도 없었을 겁니다. 하하.

프린트를 12월 13일까지 내야된다는데... 가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