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코너 홍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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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06 19:19:38
새벽에 겨우 든 잠이었는데 아침 일찍 전화가 왔습니다.
이물입니다.
지난밤에 지갑이랑 여권, 핸드폰, 다 잃어버렸답니다.
불러주는 이물 친구 누룰 파드레의 계좌로
우선 가진 돈을 보냈습니다.
다음주 집에 돌아간다고 비행기표 사놓고 여권을 잃어버린 것인데.
황망해 하는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말바꾸기는 상처를 줍니다.
목욕탕 헌팅이 될락말락하다가 또 안되었습니다.
10월이 지났기 때문에 규정상 장비반출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통화를
학과장 선생님과 나누었습니다.
규정은 그러하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라는 취지의 말씀들이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학교 장비를 쓰지 못하면 영화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 했을 때
왜 못해? 밖에서 빌려서 찍으면 되지, 라고 간단히 답하신 것
단단히 상처를 줬습니다.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마석 가구공장에서 촬영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오늘 일산에 갔었습니다.
까닭이 있더군요. 법무부 출국조치 때문에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를 단속한답니다.
이번주 다음주가 피크가 될 거라고.
공장 밖에서는 찍어도 좋다지만,
꼭 필요한 작업장 장면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공장 앞 마당에서 소각로에 나무를 집어넣던 중앙아시아계 노동자 한 사람이
우리를 보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사진 한 장 찍는데 싸인이 잘 안맞더군요.
찍은 걸 보여주자 사진 언제 나오냐고 묻습니다.
디지탈은 그럴 때 더욱 얄밉습니다.
청코너인지 홍코너인지 모르겠지만
코너인 건 확실합니다.
그러니까 남은 것은
치고 나가는 타이밍.
영화는 타이밍.
타이밍의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