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잡아랏! - <아홉살 인생> 크랭크 인하다.
kkj12486
2003.10.10 21:06:22
오늘 아침 눈을 떴을때 무언가 눈을 뜨고 싶지 않다고 느꼈던 기분은 단순한 졸림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기다렸던 날인지 아니면 조금은 두려워하며 다가온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던 날인지.
나에게 있어 첫번째 영화의 크랭크 인 날의 시작은 무거운 눈을 다짐으로 치켜뜨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중계동. 9컷의 촬영.
장면은 개학날 아침 등교하는 주인공 일행을 불러세우는 검은 제비.
동네 골목이 그렇게까지 가파라도 되는 겁니까?
아무 생각없이 짐짝 들고 올라간 촬영장으로 향하는 길은 세상에 세상에 가파라도 너무 가파른 겁니다.
정말 종아리 근육 찢어지는 소리 들어가며 가쁜 숨 몰아쉬어가며 올라선 골목길....
앞으로도 이런 골목길을 수없이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땀보다는 눈물이 더 앞을 가렸습니다.
모두들 어렵게 어렵게 올라 시작된 촬영.
분장에, 의상까지 갖추고 나니 우리 아이들 정말 영락없이 70년대 산동네 아이들이었습니다.
첫 촬영의 긴장때문인지 여민이가 쳇기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촬영전까지 계속 토해서 모든 스탭들이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슛들어가니까 역시 우리 여민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잘 해주었습니다.
금복이, 기종이, 검은 제비 난생 처음하는 촬영인데도 하나도 떨지도 않고 연습때보다도 더 잘한
덕에 그동안의 특훈의 역량의 톡톡히 발휘했습니다.
누구보다도 오늘의 꽃은 검은 제비(박백리)였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연기에 모니터에서도 광선이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리얼하게 연기한 나머지 감독님도 애들한테 그런 생각이나 욕하게 하면 안되는데
하시면서 걱정하셨는데 (오늘 검은 제비의 대사중에 욕이 있었거든요.) 촬영이 끝나고 나자 여느때와 같이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장난치는 짖궂은 우리의 백리로 돌아오는 걸 보고 역시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연기를 방해한 것은 다름 아닌 '개'였습니다.
중계동에 개가 어찌나 많은지 왜 액션을 외치면 지들이 연기를 하는건데요? 정망.... (-___- );
우리가 지들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억한 심정으로 운답니까? 나중에 늑대로 변신도 하던데요? 그것도 떼루다가..
제작부가 쥐포, 소세지등 갖은 약밥을 써보았지만 소용없더군요.
오늘 머릿 속에서 그것들 된장 여러번 발랐습니다. (ㅜ.,ㅡ )( ㅜ.,ㅜ)(ㅠ.,ㅠ )
그 우렁찬 개소리(?) 속에서도 열심히 촬영을 마쳤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일기장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촬영하면서 일기를 쓰라고요.
아마도 그 일기는 아이들에게도 저희들에게도 추억이 될 이 영화의 아이들의 생생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저번 엠티때 서진원선배님이 하셨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번 촬영이 끝나고 모두 다같이 한번 울었으면 좋겠다고요.
아무래도 그 바램은 당연한 결과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 같습니다.
여민아버지이신 지대한선배님도 촬영분이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오셔서 아이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서진원선배님, 신정근 선배님도 저희 첫 촬영을 격려차 와주셨답니다.
항상 이렇게 저희 모두가 함께하는 촬영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역전'이라는 달리기 종목을 아세요?
일본의 육상 경기인데 마라톤을 릴레이 식으로 팀으로 하는 경주입니다.
그대신 바톤이 아닌 어깨띠를 메고 달리죠.
물론 거리가 길기 때문에 편리함을 위해 어깨띠를 사용하기도 하겠지만 그 진정한 이유는
어깨띠의 무게에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순서 앞에서 달린 사람의 땀이 베어 있는 어깨띠의 무게를 느끼면서 달리는 경주라는 것입니다.
구간을 거듭할 수록 어깨띠에 베이는 땀은 더욱 진해지겠죠.
뒷주자일 수록 더욱 무거워진 어깨띠를 받아 드는 것입니다.
지금 저희는 '아홉살 인생'이라는 어깨띠를 받아든 주자입니다.
한단계, 한단계를 해낼 수록 우리의 어깨띠도 무거워 지겠지요?
저희 모두 모든 부서의 스탭들의 땀과 우리 아이들, 우리 성인 연기자분들, 모든 분들의
땀이 베인 이 어깨띠를 메고 달리고 또 달려 여러분에게 달려갈 것입니다.
그럼, 마지막에는 여러분들이 저희의 어깨띠를 받아주시겠어요?
그럼 그날까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