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제작일지 정리하려고 스크립페이퍼를 들춰보다.
bluesun2
2003.11.30 02:58:15
울 연출부 오빠가 스크립터 만행에 관한 시리즈를 올린다는 반협박에 스스로 고해성사를 하려다가 일단 촬영기간동안의 일지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 정리가 끝나기 전에 나의 실수담이 올라올 수도 있고 개봉을 할 수도 있고...
서울에서 1,2회차 촬영때...
전 영화에서 연출부를 했던 저는 감독님 옆에 조신하게 앉아있기보다는 암때나 벌떡벌떡 일어나 모니터안에 불필요한거 치우려고 혹은 연결맞추려고 뛰어다니기를 반복, 결국은 연출부 오빠들과 조감독님... 심지어 감독님에게까지 한소리 먹었습니다.
그냥 말만하면 다 해줄테니까 제발 감독님옆에 앉아있으랍니다.
스크립터는 원래 다들 그런가 봅니다.
근데 시작을 연출부로 해서 그런건지 현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있는걸 못하겠더라구요.
연출부를 해봐서 그들이 촬영내내 어디가서 앉아있을 수도 없고 촬영이 끝나면 다리가 퉁퉁 붓는다는 것도 알고있고 물한모금 맘대로 마실 짬도 없고...
그래서 많이 미안하고 막내에게 일을 부탁하는것도 익숙하지 않고... 그러나 회차가 늘수록 일어나는 횟수는 줄어들고 모니터 앞에서 감독님의 혼잣말을 듣는 시간은 늘어나더랍니다.
목포에서의 첫촬영 그니까 3회차 촬영
날씨 엄청더웠습니다. 지금도 제팔뚝의 검게 그을린, 이날 다 익어버린 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더더욱이 이번엔 처음이자 마지막의 렉카촬영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미관광장주변과 영산강하구둑주변을 몇바퀴를 돌았는지 까먹었을때즈음 렉카분량이 끝나더라구요.
여름더위는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그늘하나 없는 도로에서 촬영을 하려니까 사람 미치게 하더라구요.
정신없이 촬영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정말 큰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감독님 옆에 있으라고 말하던 연출부오빠들이 미워질 만큼 감독님 옆에 있기 너무나 미안한 실수를 저질렀지요.
지금은 다들 잊었겠지만 저에게는 정말 정말 큰 실수였답니다.
영화 비디오로 나올때까지 숨기고 갔음 좋겠습니다. ㅠ.ㅠ
이날 저녁에는 유달산 시민의 종각에서 고사가 있었습니다.
목포방송국에서도 오고 지역신문사에서도 오고 동네 꼬마들과 아줌마 아저씨들이 난리였습니다.
서울에서 했었더라면 아마 사무실에서 그냥 지인들만 모셔두고 했었을것을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서 하니 참 재미나네요. 이 목포 시민들은 얼마나 신기할까나...
다시한번 다짐하고 이 글을 읽는 스크립터들에게 말하지만
촬영장에서는 절대 감독님만 따라다니세요.
그리고 혼자 어디 이동할적에는 꼭 감독님에게 말하고 가세요.
물론 다들 그렇게하고 잘들하고 계시겠지만 왜 그래야만 하는지는 계속 정리해서 써 볼께요.
4회차 촬영은 수철이 운짱신고식 분량입니다.
수철이 형님은 노래를 불러야했고 그 노래가 점박이의 지난 과거를 반성하게 만들어 머리를 맞아야하는 상황입니다.
크랭크인전 배우들과 리딩을 많이 해서 대사의 수정이나 상황수정등이 크게 바뀌기 않고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점박이오빠가 긴장을 많이 했었습니다. 초반에 계속 NG가 나더라구요.
이 촬영에서 우리의 수철이 아니 기남이 형님은 무진장 많이 맞습니다. 맞으면서 노래를 불러야합니다. 그게 목포 운짱의 신고식이랍니다.
운짱 신고식이 끝나고 목포 최고의 룸싸롱에서 성기형님과 두호형님, 기남이형님의 촬영이 있었습니다. 두호형님의 표정연기는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전 룸싸롱이라는 곳을 처음 들어가서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신기해도 어리버리 구경할 상황은 아닙니다. 아직은 촬영 초반이거든요... 이 촬영이 후반부에 있었더라면 아마 이방저방 구경하러 다니기 바빴을 것입니다.
밤에는 우리의 세트장으로 사용됐던 마르코폴로호텔입구에서 계속 진행됐습니다.
목포의 모기들은 특히나 이곳 모기들은 사람구경을 못해본지 꽤 오래라 무조건 사정 봐주지 않고 일단 달려들고 보나봅니다.
쉴새없이 손바닥으로 모기들을 죽여야(?)했고 피의 쓴맛을 봐야했습니다.
여기서 또 읽는 이들이 좋아할 저의 실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컷 촬영중 그만 녹화테잎이 다 돼서 촬영중 마구 앞으로 돌아가는거 아니겠습니까...
이때까지만해도 제작부 탑차에 비디오테잎을 두고 다닐때라 순간속도로 마구 탑차로 뛰어갔는데 깜깜해서 찾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요령도 없어 어차피 NG인 테이크 조금만 앞으로 돌려 녹화하면 됐었을 것을 그 멀리 떨어진 곳까지 모기를 달고 뛰어갔으니...
그날이후 제 가방에는 비디오테잎 3개는 꼭 챙겨다녔습니다.
그날 촬영 분량에 따라 60분과 120분은 하나 챙기고 여분으로 한개더 그리고 하나는 헤드크린테잎입니다. 이거 중요합니다. 무진장...
5회차에서부터 슬슬 저의 큰 실수담으로 이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