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립터의 비애
skim31
2003.06.21 14:38:36
스크립터는 그야말로 꼼꼼히 스크립을 하는 것이 관건이겠지만...
모니터를 챙기는 일도 만만치 않다.
감독님 기뻐하시라고
12인치 모니터를 사가지고 오신 피디님을 원망할 순 없지만...
사실 이동할 때마다 그 무게감을 감당하기란...
물론 처음이라 연출부 오빠들이 도와줬지만..
계속 이렇게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지금부터 근력강화 훈련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모니터가 안나오면
"안나와요!"
소리지르면 안되고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바쁜 촬영부한테 찍히면 다음부터 스크립 하기 힘들어진다..--;
아...
촬영들어가기전...
글씨가 장난 아닌 스크립 페이퍼들을 바라보면서
'흠...글씨좀 잘쓰지 이게 뭐래..'
하며 코웃음 쳤던 내가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형태의 페이퍼를 작성했으니...
한손에는 시계를 들고 한손에는 비디오 리모콘을 들고
입에는 후레쉬를 물고 있으니 글씨쓸 틈이 있나...
그리고 롤 체인지 한다는 소리는 왜이렇게 안들리는지...
아...또 있다.
그림그리는 거...
나름대로 열심히 그린다고 했는데 인물들이 죄다 4등신이다..
옆에 있는 아역배우가 끊임없이
'언니..이 사람이 앉아있는거 그려봐...
서있는거.
무릎꿇고 있는거.
물구나무 서있는거.
그네 타고 있는거..'
그 애길 듣고 무슨 소리야...하면서 웃었지만
사실 몰래 이 그림 다 그려봤다...--;
현장에서 꼼꼼히 기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편집이 수월히 이루어지도록
잘 정리해서 넘기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그일을 해야겠다.
한번실수는 용서가 된다해도
두번 동일한 실수는 안된다고 했다.
모니터 위치 잡는거..이건 녹음기사님 졸졸 따라다니면 일단 해결될 것 같고,
스톱와치 밤에 불이 안들어와서 도저히 안되겠다. 바꾸고...
모니터 라인 땅에 안끌리게 잘 감아 다니고(감는 끈 꼭 챙기고)재빨리 촬영부한테 바치고...
대답은 꼭 크게 하고
대사는 미리 체크해 두고
조명부한테 빌린 롤 마지막에 항상 잘 감아둬야 하고.
감독님 의자랑 음료수랑 담배 잘 챙기고
특히 스크립 페이퍼는 잘 찢어지거나 날라가니까 적당한 양을 잘 묶어두고
촬영들어가기 전에 촬영순서 물어봐서 정리하고
슬레이트 번호 의사소통잘하고
녹음기사님과 대사 체크 잘 하고
롤체인지는 대강 계산해서 예상하고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연결되는 커트나 씬들에 대해서는 완전히 숙지하고
수퍼바이저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꿈은 큰데...과연..--;
참...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제작부 오라버니들 너무 수고가 많으신것 같다.
미리 준비해 두신 야식은 감동이었다.
용섭아...특히 너무 고맙다...
제작일지가 개인적인 일기가 되어 버렸네..
암튼 남은 촬영기간 동안 열심히 해야겠다.^^
지금 현장에서 뛰시는 많은 스탭들에게 화이팅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