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둬라. 사랑하다가 뒤지게..
hal9000
2003.06.08 05:02:34
우리영화 '불어라 봄바람'은 세트를 두 번으로 나눠서 촬영했습니다.
엊그제 모든 세트 분량을 마치고 양수리에서 충무로로 넘어왔습니다.
세트분량이 30%가 넘으니 적은 분량은 아니지요.
잠깐 세트 촬영시 느끼는 점 간단히 요약하자면..
세트 스케쥴이 세상에서 제일 바쁘다는 것.
개잡으러 안다녀도 되는 것.
술 드신 행인의 인사치례가 없다는 것.
해가 떳는지 어쨋는지 모른다는 것.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해야된다 것.
2% 부족한 것.
창 밖을 보는 배우들의 시선이 멍해지는 것.
배경이 움직인다는 것.
시간은 없고 할 것은 많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
그것과 비스무레한 것.
조명 앞에 보면 공기보다 먼지가 더 많다는것을 느낀다는 것.
지지고 볶더라도 어쨌든 쇼부를 쳐야된다는 것.
벽이 뜯어진다는 것.
사소한 것도 크게 찍힌다는 것.
밤/낮 마음데로 바꿀수 있다는 것.
보이는거 들리는거 죄다 사람 외에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것.
계산착오의 함정보다 스탶들의 정이 더 깊음을 느끼는 것.
부모, 형제, 친구, 애인이 소중하다는 것. (--->이 항목은 오랫동안의 지방 촬영이나 군생활과도 흡사)
귀신 얘기는 꼭 하는 것.
...
..
.
남자 주인공집.. 1층 2층으로 나눠서 여덟번 촬영했고
기타 시골집, 소녀가장의 집, 여주인공 화정 자취방 이렇게 두번 촬영으로 세트 마무리 했습니다.
어제는 러쉬 확인한 촬영부로부터 NTC넘어온 것 다시 확인했구요.
문제된 바가 없어서 세트 철거 전달했습니다.
나중에 '불어라 봄바람' 개봉하고 또 한참후에 DVD 출시되겠죠..
그때되면 아시겠지만 셔플에 뮤직비디오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스탶들 소개가 목적인 뮤직 비디오 입니다.
부서별로 가사 일부분씩 맡아서 립씽크와 율동.. 아흑.
아. 물론 "뮤직비디오 만들자!"하신분은 장항준 감독님.
그 모토는 '잊지말자 이순간!'
연출부는 어떡해 할까.. 생각해 보려는데
"뮤직비디오는 너가 찍어라.." 하시는데 막 집에 가고 싶고 그랬습니다.
영화 찍을것도 죽겠는데 뮤직비디오라니요...
흠냐.. 세트에서 쫑하기 몇 컷 전에는 아예 시간을 만들어 주시더군요.
조용히 부르시더니 어디 조용한데가서 이거 만들 준비 좀 해두라고.. "빨리 찍고 회식하자 ^^"
메이킹 찍어주는 성혁이형하고 작전짜고 연출부 영선가 적어온 가사로 스탶들한테 한줄씩 나눠주고.
세트 없에기 전에 일단 대부분의 팀 촬영했습니다. 메이킹 필름하고 섞어서 편집해 놓으면.. 어휴.. 볼만할겁니다.
시디 플래이어를 마구 혹사시켰더니 쥐만한게 개기더군요. 나중엔 에러생기면서 틀어지지도 않고.
음악 크게 틀어놓구선 각 팀들 구상하십쇼.. 하고
대장님들 안계실때 우리끼리 돌아가면서 찍었습니다.
별별.. 스탶들 처음보는 모습도 많이 보여들 주시더군요.
첫 막은 감독님, PD님, 촬영/조명 감독님, 녹음기사님 모습으로 시작하구요
중간에 배우들도 등장합니다. 어휴.. 정말이지 원..
아주아주 바빴죠. 아직 더 찍어야 될것들 있지만 싱싱한 느낌으로 한벌은 찍었습니다.
역시 우리 스탶들은 최고였드랬습니다.
음악은 몇번의 변경끝에 정해진 음악감독 종신형님 걸루다가요. 뭐 나중에 다들 보실테니.. (하략)
이제 계획된 촬영은 5회 남았습니다.
9일 월요일에는 영동 고속도로 어디선가 저희는 촬영을 하고 있을겁니다.
궁금하시면 차타고 한번 놀러오세요. 아시겠지만 지나갈때는 핸드폰 꺼주시고 카메라는 쳐다보지 말아주세요.
변희봉 선생님 화내십니다.
조금 덥습니다 요즘.
다음주 초에 남원에서 대망의 엔딩 촬영이 있을 예정입니다.
봄이 필요한데 어디서 꿔올데 없을까요.
선국이, 화정이 더워도 지치지 않고 광한루에서 잘 만나도록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