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장에서 나왔더니 여름이더라.

주머니에 4천원이 있어서 담배 한 갑 사고,
천원짜리 김밥 두줄 사서 사무실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제작부 동생 성현이가 일찍부터 와서 문열어놓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일로 중구 경찰서에 들렀다가 일찍 사무실로 들어와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남기게 됐군요.

세트에서 여덟번 촬영하고 나왔습니다.
흠.. 하루하루 많은 분량이 소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촬영 회차가 거듭될수록 자기 캐릭터에 몰입해가는 배우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면서 러쉬 확인하고 중간중간 편집하면서 벌써부터
우리영화가 기대가 되니 그것 참 기분 좋습니다. 감독님 힘내십쇼!

세트 보충이었던 마지막 날 28일은
감독님과 촬영/조명 감독님. 김승우씨가 힘을 모아서
중간 틈이 날때마다 '아호' 짓기놀이를 하셨습니다.
현재도 계속 만들어지는 그 '아호'들.. 일부 소개하겠습니다.

주충 장항준 선생..
(감독님.. 마음에는 안드나 달리 방법이 없음. 술 '주')
조급 문용식 선생..
(촬영감독님.. '조급' 외에 '허풍'.. '구토'.. 등 보유)
변신 최성원 선생..
(조명 감독님.. '변신'외에 '염색' 보유. 숙취 선생께서 한때 '배감' 얘기꺼냈다가 무시당함)
숙취 김승우 선생..
(남우.. 아호 만들기 선봉장. '넹'을 연발함)
졸라 김정은 선생..
(여우.. 아호에 대해 아무 거부감 없음. )
중량 정현두 선생..
(조감독.. '중량'에 대해서 수긍해야함)
무상 유지혜 선생..
(미녀 스크립터.. 입 나옴)
측량 홍승완 선생..
(촬영 1st.. 싱거워함. 더 예리한 아호 요구됨)
광량 박민수 선생..
(조명 1st.. 무슨 아호를 붙여도 무상함)
노인 유영선 선생..
(연출부. 겉으로는 웃지만 때를 기다림)
도쁘 임상운 선생..
(연출부. 슬래이트.. 아호 지어줬다고 얘기했다가 무시당했음)

그 외.
틀린 이름이거나 세뇌당한 사람들..

만수(연출부. 본명 남수.. 이젠 부르면 대답함. 현장별명 '에라만수')
청주(붐 맨. 본명 창주.. 원래 부르면 대답했음. 털 많음)
투나(분장팀장. 본명 주희. 자기가 왜 '투나'인지 모르는 사람들한테 잘 설명해줌. 인기 많음)
널쓰(분장팀. 본명 경임. 그에게 왜 널쓰냐고 최초로 따짐. 정 많음)
라끄(소품부. 본명 해진. 포기함. 멜라닌 색소 많음)
설명 : 왜 '라끄'인가..... 이라크 사람 처럼 생겼다는 이유밖에 없음.
         참고로 '라끄' 이전에는 '인도'였음...
         다 그런식임.

아! 혹시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면 리플 달아주십쇼.
그리고 추가 될 사항 있으면 역시 리플 달아주십쇼.

세트 2회, 로케이션 약 6회 남은 상황입니다.
아무쪼록 아무 사고없이 끝까지 안전하고 즐겁고 유익한 현장 되도록 대동단결 합시다.

흠.. 즐거울 때도 있고, 한숨이 나올때도 있고 개인적으로 그렇습니다만
그런거.. 다 오래가지 않겠죠...
세트 셋째날이었던가.. 누군가가 찍은 씬들에 줄을 그으면서
"아.. 우리 많이 찍었구나.. 신난다."
라고 했더니 다른 누군가가(누군지 기억이 안나서 참 애석합니다만)
"이렇게 한줄 그으면 그만큼 우리현장 헤어질 날이 가까워지는 거잖아.
우리 스텝들하고 헤어지는거 진짜 별로야.."
그러더군요.
그렇죠. 금방 지나가서 나중에 영화 보면서 추억하겠죠.
그렇게 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