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회의!

sjo7dhp 2003.01.10 00:51:26
시나리오 회의가 있었습니다. 음...  모두들 각자의 의견들을 가감없이 실랄하게...
무엇보다 논란과 화제집중이 된 사안은 민식선배의 '짜장면' 발언...
"아니 왜 초고에는 대수 (민식선배 역할-글쓴이 주) 가 감금방에서 짜장면을 15년간 먹는 걸로 나오는데 왜 바뀐 시나리오에서는 군만두로 바뀐겁니까?  제가 왜 올드보이 한다고 했는데요...  짜장면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음...  민식선배랑 작품 같이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민식선배...  짜장면 킬러입니다...  세젖가락이면 한그릇은...
민식선배는 무조건적인 우격다짐이 아니라 나름의 논리를 감정에 호소하는... 정말 듣고서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는 논지를 펼쳤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군만두를 먹고 어떻게 15년을 버팁니까... 튀긴음식, 그거 조금만 먹어도 물리고... 건강에도 나쁘고... 반면에 짜장면은 그야말로 완전식품 아닙니까... 각종 야채와 고기 그리고 춘장까지...  혹자는 춘장에 암을 예방하는 성분까지도 있다는... 아니 에이즈 였나... 무엇보다 그게 정력에 좋다는..."
결국 다음 시나리오 수정본에는 짜장면으로 가는 걸로 다시 중지가 모아졌습니다...  Black is beautiful 이라더니...  이게 짜장면은 맛있다, 머 그런 뜻이죠?

요즘 제작부 근황은...
색칠공부에 여념이 없습니다.  빨강, 노랑, 파랑... 형광펜을 들고...
음... 미술부가 오기전에 우리끼리 이런저런 준비... 를 하는 건 아니고,
시나리오를 토대로 신나는 예산짜기 작업을 하는 중인데, 촬영장비는 노란색, 렌즈는 파란색, 소품은 연두색, CG 는 빨강색... 머 그런식으로 시나리오를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그래서 한푼이라도 아끼자... 가 아니라 더 조은 작품을 만들어 보자..머 그런...
덕분에 '조삼모사'가 삶의 신조인 우리의 국모 부장 (아침에 세번 화장실가고 저녁엔 네번 화장실 간다는 뜻의) 은 그야말로 *싸러갈 시간도 없는 덕에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인생의 절반을 뒷간에서 보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어찌보면 측은하고, 하지만 보듬어 주기엔 웬지 냄새가... 머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거기다가 요즘엔 코감기까지 걸려서, 본인의 표현을 그대로 따오자면 "나 어제 콧물 한 다라이 마셨다"고...  광복절때는 그래도 나름대로 차맸는데... 부장 이년차에 이제는 마실게 없어서... 그렇다고 보다듬어 주기엔... 역시... 아니 꼭 나서가 아니라...

아직 헌팅 나가기 전이라 사무실에서 페이퍼워크만 하고 있으니 몸이 근질근질 합니다. 현장이 나를 부르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자세히 들어보니 국모부장이 코맹맹이 소리로 절 부르는 소리더군요... 음... 화장실 다녀와서 손은 꼬박꼬박 씻는지...) 어저께는 후반작업 관계로 뉴질랜드에 있는 Colour Grading 업체에 몇가지 질문사항을 팩스로 보냈는데, 답으로 수십가지 질문을 되물어 오더군요... 되로주고 말로받고... 반지의 제왕 색보정을 한 업체라던데, 가히 질문의 제왕 수준이었습니다. 담당자 이름이 실비아... 던데... 웬지 기분이 그렇고... 괜히 작업들어오려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가 싶기도 하고... 음... 실비아... 실비아도 화장실에 자주 갈까... 음... 자꾸 이상한...

앗, 이런이런... 제가 요즘 과다한 페이퍼워크에 시달리다보니 자꾸 이런...

암튼, 올드보이 차근차근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시면 성원에 힘입어 조은작품 잘 맨들어서 선보여 드리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저는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