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 제작일지6 "압구정으로 압구정으로"-도상춘-

yekam 2002.10.31 01:11:42
2002년 10월 30일 수요일 / 날씨: 자세히 못봤음 / 촬영 4일전 (원래는 내일인데 비온다고 취소됨 11월 3일 크랭크 인 예정)


-지금까진 높임말로 썼습니다. 타고난 과격분자인 제가 존대로 쓰는것이 어울리지 않다는 여론에 힘입어 앞으론 낮춤말을 사용토록 하겠습니다. 혹 기분이 나쁘시다거나 건방지다고 느껴지시는 분들은        "NAGA"

어제 뉴스를 말씀드리..아니 말하겠다.

-소품 사진 야외 촬영. 장소: 도산공원, 시간: 9시 집합, 인원: 형사들외 스텝들

압구정 집합이었는데 도통 출근시간에 출근을 해본적이 없는 연출부1st 정기훈님과 조감독 2nd 김희찬놈은 여유부리듯 젖은 머리를 말리며 집을 나섰다. (혹자는 둘이 호모가 아니냐는 의문을 하고 계신분들이 종종 있는데 둘다 學文(항문)엔 전혀 관심이 없는 관계로 오해하신분들 계시면 오해를 풀기 바람) 물론 쪼금 늦었다. 아침 8시에 연신내에서 압구정을 가려면 2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깨달았다....빌어먹을....

-소품사진 스튜디오촬영. 장소: 관세청 하나둘스튜디오, 시간 :12시, 인원 위와 同

열두번하고도 네번을 더 말했다. "이건 소품 촬영입니다. 의상과 분장은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라고... 그러나 긴장이 빡세게 들어간 나를 제외한 배우와 스텝들은 본 촬영 못지않은 열정과 성의로 2시까진 테스트 촬영 장소로 옮겨야 하는 내 마음을 쌔까맣게 태웠다. "잘 모르겠는데요"로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양동근은 절대 웃지 않았으며, "그것을 알려주마"로 '진지'빼며 앙상한 뼈만남는 무드맨 정진영은 미간에 川(천)자 컨셉을 시종 유지했다. 필요할땐 절대 나타나지않는 분장팀은 그날따라 정열적인 분장으로 배우들을 아프리카 원주민으로 만들었으며,  시보리(조이다)되는 옷을 끝내 주장하시던 꼰대의 명령을 우습게 여기던 의상팀은  안 시보리(안 조이다)되는 옷을 잔득 들고 와 역시 나의 걱정을 비웃었다.

여기서 잠깐....
랏슈(Rush:러쉬)결과 보고 입니다. 참석하지 않으신 스텝분들 자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1. 양동근 수염 - e.c.u 이상 사이즈에선 현재까진 무리없이 보입니다.
2. 양동근 스킨톤 - 역시 전문가 들입니다. 원주민을 연상케 했던 동근이의 분장은 no light 상태에서도 ok를 받았습니다. 제 걱정이 기우였음을 밝힙니다.
3. 정진영 스킨톤 - 보조 light 없이 편의점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500t 일경우 얼굴이 귤껍딱 되는걸 제외하곤  때깔 기가막힘. 250d 일 경우 얼굴이 그린톤이 되는걸 제외하곤 때깔 죽임.
4. 양동근 의상 - 안 시보리(안 조이다) 좋음.
5. 정진영 의상 - 바지 무지깸. (반드시 챙겨 주도록... 진영씨가 입고오는 옷은 거의 까까(승려) 수준임.

4. 조명 - 잘모름
5. 촬영 - 아는척 하다간 왕따당함. 암튼 이전의 김유진 스타일의 밋밋하고 탁한 콘트라스트를 벗어난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판단됨. 가끔 화장실 용품 전문 판매 업체 (R-TOTO) 사장님으로 오해를 받으시는 "변기사"님 감사합니다.

-2시 필름 테스트. 장소 양재동 세븐 일레븐

한채영이 안왔다. 그래서 난 오늘도 촬영부 현진이를 괴롭힌다.  
아리캠(ARRI CAM) 뽀다구 하난 죽였다. 줌 달고 매거진달고 디지탈 보드에 자체 모니터 켜니까.... 파나비젼 저리 가라임.

아리캠을 처음 본 나는 카메라 조립하는 촬영부들 틈에 끼어 "마가진(Magazine)은 다 막아져서 마가진이야.." 라는 헛소릴 해대며 카메라 옆을 떠날줄 몰랐고 나만보면 냄새 난다며 슬슬피하는 촬영부 종현씨, 석현씨, 종훈씨, 현진씨는 지들이 무슨 카메라 주인인양 손도 못대게 한다. 칵퉤~! 저녁에 삼겹살에 쏘주로 꼬셨지만 아직도 나만 보면 슬슬 피한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반드시 샤워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근이가 달리는 씬을 처음 찍었다. 발가락 부상에 허덕이던 동근이는 피부만병 통치약 '후시딘'의 활약에 열심히 달렸고 테스트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연기를 보여준 정진영씨는 아무도 보지않을 필름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 넣었다. 이때까지 미간의 川(천)자는 사라지지 않음.

조감독, 감독이 없는 틈을 타 레디 액션을 몇번 부르긴 했으나 뒤늦게 합류한 오야봉에게 뒷통수를 두어대 맞고 구석에 짱박힘. ㅜ.ㅜ
앗 1시다.... 남은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테스트 촬영 임에도 불구하고 본 촬영 못지 않게 열심히 참여해준 스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