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 제작일지3 "시민의 안전은 니들이 책임지고 니들은 내가 책임진다. -김반장-"

yekam 2002.10.06 19:32:10
2002년 10월 6일 일요일 / 날씨: 죽여 줌 / 촬영 21일전 으로 변경 15일 딜레이됨. 아싸~


"Ready는 니들이 하고 나는 Go만 한다" - 오야붕 김유진-

                     "네"                            - 수많은 꼬붕들-

-일요일입니다. 많은 조감독여러분들이 겪는 일이겠지만  오늘도 여전히 일하기 좋아하는(?) 조감독들은 사무실 의자에 포옥 안겨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표만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도제라는 시스템에 너무도 익숙해진 저이기에 개혁 또는 혁명적 제작환경을 꿈꾸면서도 여지껏 밟아왔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지긋지긋하게 여겼던 표만들기를 후세에 전수하느라 여념에 없습니다.
면목없습니다 정말....

-말이 나와서 말이지 현장에서 표는 장면구분표만 있으면 땡입니다. 요즘처럼 열심히 일하는 스텝들은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준비를 하기 때문에 연출팀의 어설픈 잘난척은 되려 역효과를 가져올수있거든요. 사실 점검이라는 일은 연출파트가 맡아서 하기엔 너무도 초라한 일입니다. 조금더 창조적인 일이 그들에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도 뭐.... 해야죠. 안그러면 개박살 나니까....  

-오늘 저희들 자체적으로 리딩을 했습니다. 리딩으로 러닝 타임이 2시간 44초 나오더군요. 필드샷+폼재는 배우들의 포우즈+감독님의 분위기 씬+앞 뒤 타이틀+예상치 못한 타임들... 이 상태로라면 벤허 이후 가장 늘어진 드라마가 탄생 될것 같습니다. 홀로 양지리조트로 시나리오작업 가신 감독님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현기증이 나신다고 엄살을 떱니다.(참고로 약속 땐 리딩만 3시간이 나왔음). 엊그제 누군가가 쓴글에 감독님 이야기좀 쓰라는 권유에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제작자들에겐 익히 알려진 일입니다만 김유진 감독님은 찍은 필름을 버리시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금홍아 금홍아 땐 한 씬 드러냈습니다. 러닝 타임 계산을 너무 열심히 하신 나머지 총시간이 1시간 28분 나오더군요. 쩝.... 1시간 28분은 요즘 에로 비디오 러닝 타임과 동일 합니다. 부랴부랴 테이크마다 서너프레임씩 더 넣으셨죠. 그 당시 김현 기사님의 원망어린 눈빛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약속땐 드러낸씬이 없이 1시간 48분 나오더군요. 재촬영 1씬. 그게 전부입니다. 혹자는 약속의 마지막 씬(결혼식)은 전부 드러내도 되겠다 싶을정도로 지루하고  나태한 장면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작품세계에 몰입하셨던 오야붕께선 절대 자르지 않으셨습니다. 아아~ 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작가의 모습인가....허험! 아무튼 감독님의 러닝 타임 계산은 현존하는 최고의  엔터테이너 남기남 감독님을 능가 합니다.

-감독님은 가끔 저희에게 감독의 경제론에 대해 말씀해주십니다. "이돈은 내 돈이 아니다. 남의 돈으로 실험을 한다거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확신을 해서는 절대 안된다."  100% 다 동의 할순없지만 현 영화계의 흐름으로 보나 추세로 보나 깊이 있게 새겨두어야 할 충고임에는 묵직하게 동의를 하고있습니다.  

- 오늘 우리의 구염둥이 스크립터 명인이의 눈이 반짝 입니다. "오빠 내일 양동근 와요?"
내일은 배우 의상 미팅이 있는 날이거든요. 동근이가 명인이를 싫어하지 말아야 할텐데.....
오늘은 이 걱정이나 하면서 쏘주한잔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