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의 원죄

joystay joystay
2002년 10월 05일 18시 22분 41초 2641 3 2
작가는 외롭다.
친목대회도 초대받지 못한 존재,
허나 누굴 탓하리, 이미 다른 프로젝트에 담근 몸,
마감에 눈코 빠뜨리는 중이라고 땅끝까지 소문낸 내 죄지.
프리프로는 물론, 프로덕션 끝까지 완벽하게 함께하는
멋쥔~ 작가가 되고팠는데, 진정 그러고팠는데....
현실이 녹록치 않다.

6월 4일, 월드컵 열기가 시작될 무렵,
감독님 얼굴이 미워보일 즈음, 끊었던 커피에 재중독될 즈음, 29세를 탈고했다.
그 자체로 100% 최선이라 할 수 없지만,
나머진 120%로 승화시켜줄 감독님과 배우와 스탭들의 몫으로 다소곳이 남기고...

그래놓곤 아이마냥 설렌다.
활자 속 인물들이 스크린 위에서 어떻게 뛰어놀지,
손가락은 다섯개 맞는지, 엄마 닮았는지 아빠 닮았는지,
아직 크랭크인도 멀고 멀었는데
막 출산한 산모처럼 두렵고 설레이고 수줍다.

순조롭던 진행이 예기치 않은 상황들로 주춤댈때,
감독님 이하 모두가 대책을 찾아 동분서주 뛰어다닐때,
이 철없는 작가는 턱괴고 흥흥 단 꿈 꾸다가 파다닥 깨서는
"나난, 어디 가?" 하고 지랄이다.

우야든동 험한 여정 거쳐 다시 둥지를 틀었으니, 분홍빛 단꿈은 다시 시작이다.
그러나 며칠 전 감독님과의 통화.

" 잘 되세요?"
" 그렇지 뭐... 넌 언제 끝나냐?"
" 뭐...흠... (괜히 딴청) 사무실 좋죠? "
" 시나리오만 볼땐 몰랐는데, 막상 그림 만들려니까 문제가 있네.
특히 나난이 하이락 클럽에 출근하기 전까지 상황들.......(후략)"
" (뜨끔) 네....."
" 빨리 끝내라. 너랑 할 일이 많은 거 같다."

낳아논 원죄라고...
쑴풍 낳았다고 끝이 아닌게지.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며 손발이 다 닳도록 보살펴야지.
"생긴게 이 모냥인데 어쩌라구?" 원망 듣지 않으려면.

아~ 엄마 보고 싶어!
어젯밤 꿈에 화들짝 놀라도록 이쁘게 나온 울 엄마...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tudery
2002.10.06 13:28
외롭기는... 아직도 툴툴 거리고 있구만... 그나저나 영어는 다 마스터 하셨남? 술상 봐 놓고 기둘리고 있으니 언제 함 삼성동쪽에 들리게나...ㅋㅋ
Profile
joystay
글쓴이
2002.10.06 17:33
이 동네서 한발짝만 벗어나도, 그 순간 돌이 된다우.
삼성동은 너무 멀어...흑
goyorony
2002.10.09 01:14
하~~ 친목대회때 빠진 사람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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