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함박눈이 새하얗게 내리는 날
leeariel
2003.01.06 13:43:44
우린 양수리에 들어왔습니다.
오는 길에는 쨍하더니 촬영을 시작하려니까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소금꽃 흩날리듯 내리더니 점점 커다란 눈 덩어리들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다들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다가...
못 내려가면 어떻하나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러다가 어쩔수 없이 밤샘 촬영하는건 설마.....아뉘겠지.... ㅡㅡ
눈내린다고 맘 편히 좋아하지도 못하고 맘 속은 설레임 반 걱정 반 갈팡질팡....
버스에도 탑차에도 스탭들 차에도 모두 눈이 쌓였습니다.
걱정없는 지원이 언니의 강아지 뽀삐는 그저 좋아라 깡총깡총 뜁니다.
점심 먹으러 나서는데 우리 분장님 아낙네들도 좋아라 폴짝폴짝 뛰어 다닙니다.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새하얗게 눈쌓인 양수리 촬영소를 채웁니다.
난 추워 죽겠는데....ㅜㅜ
언젠가 어떤 책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 두물머리라고 양수리라고 부른다고 읽었었는데..
그 두 물이 얼고 그 위에 눈이 쌓이니 아침에 촬영장 가는 길이 장관이더군요...
귀여워의 세트는 황학동 아파트 두채를 합쳐놓은 요상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중간벽은 무너뜨렸고... 복도도 많고 문도 많습니다.
벽은 마치 그래피티를 한모냥 울긋불긋
세트 안으로 들어가면 여기도 문, 저기도 문, 여기도 길, 저기도 길 미로속을 돌아다닙니다.
좁고 복잡한 구조의 아파트를 옮겨놓다 보니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덴깡(다른 말을 쓰고 싶었지만 모라고 하쥐...)을 해야하는 세트팀 미술팀 소품팀 다들 고생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세트를 들어와도 촬영 속도는 빨라지지 않는군요.
첫째날 양수리에 들어오면서
부적을 써주실 법사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눈이 내리고 나니 집으로 돌아가실 길도 만무하고...
분장실 옆에서 스탭 한사람 한사람 신년운세를 봐주시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장수로 장선우 감독님..... 꼭 하나 물어보신다고 법사님을 졸졸 따라다니십니다.
촬영기사님 사주는 보시자마자 모래밭에 내놔도 먹고 살 사람이라고 하시니 김기사님 매우 좋아하십니다.
어느새 분장실 의상실 앞에는 사주팔자 보려는 스탭들의 줄이 이어집니다.
나 오늘 건드리지마....인상쓰며 나오는 사람
좋아라 입이 귀에 걸려 나오는 사람 가지각색....
평범하지 않은 사주를 타고 났을 스탭 40여명 운세봐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법사님....으흐흐...
그동안 손님 초대하기 쉽지 않은 촬영장소만 골라 촬영하다보니...친구들 부르기 힘들었던 우리팀..
세트장에 오니 종종 찾아오는 손님도 생겨납니다.
어제는 기자분들 오셔서 촬영장이 북적북적
귀여워 양수리 촬영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귀여워 세트장에 맛난거 사들고 놀러 오세요...으캬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