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황학동 달 구경 가자
leeariel
2002.10.09 18:16:45
황학동 삼일 아파트로 들어와서 벌써 2회차를 찍었습니다.
이곳이 우리 영화의 주 무대라고 할수 있죠.
동네 주민들과 어느새 얼굴이 익숙해지고
이제 누가 인사를 하면 잠시 '마'를 두고
'우리 스탭인가...이동네 주민인가..' 말도 안되는 멍청한 생각을 한 다음
'저 사람...우리편인가..방해꾼인가...' 가재미 눈을 뜨고 탐색을 합니다.
그리고는
"저..저어기..커피 드세요.." 하고 꼬리내리며 손에 들고있던 커피를 내밀면..
덴당... 슈퍼하는 아줌마...던지... 무료 커피 자판기가 있는 식당 아줌마던지...
암튼.. 정신없고 말도 많은 황학동을 아트팀부터 야금야금 들어온지 어언 2주째.
온갖 반장님과 통장님부터 상인회 회장 등등 본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만으로 이루어진 동네...황학동입니다.
어제는 급기야 이 동네에서 40년을 살았기 때문에 본인이 반대하면 이 동네 사람들이 다 반대한다는 아저씨까지 나타났습니다.
두 시간전엔 내가 봐준다. 하시더니
두시간 후엔 검찰에 고소한다 하시고.
그리고 두시간 후엔 전적으로 도와주겠다 하셨습니다.
그 사이에 얼굴이 벌개지는 몇몇 사람들...왜긴요..같이 술마셨으니까 그렇지....
대낮부터 부지기수로 술권하는 사회...황학동 입니다.
어제는 아파트 옥상에서 작업하는 소품팀을 따라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옥상에서 훤히 보이는 뒷동네 공터에서
스탭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촬영 중입니다.
잠시 하늘을 보니 달이 진짜로 얇게 깎아놓은 손톱모양입니다.
감동받아서 "이야~~ 달좀봐.." 하려는데
"슛가겠습니다...." 조감독님 목소리...떱 ㅡㅡ
옥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개똥을 밟았습니다.
아..똥밟으면 이런 기분이구나... 생각했습니다.
현장으로 가서 동시녹음 기사님께 "임기사님 저 똥밟았어요.." 했더니
" 돈들어올려나봐" 하십니다. (--) (__) (--) 감사합니다.
아파트 복도에 개똥이 즐비한 동네... 황학동입니다.
기획실에서 촬영장에 오면서 츄파츕스 한통을 사왔습니다.
조명팀 first오빠가 사탕을 후드티 모자에 쏟아 넣고는 사탕통을 갈취해 갑니다.
스탭들에서 쑤욱 찾아가 제 뒷모습을 보여주며
"사탕드세요..."
제 뒷모습이 예뻤을까요?
새벽이 되어 추운 나머지 모자를 푹 썼더니 머리와 모자 속에서 불룩불룩 사탕이 돌아다닙니다.
밤에 애드벌룬 띄워 손톱만한 달이 떠도 밤마다 훤~한 동네...귀여워가 촬영하는 황학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