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남이 아닌기라
montazu
2003.08.28 02:08:53
2차 편집이 끝나고, 오늘은 연출부 자체 모니터링이 있었습니다.
약 스무명의 고딩부터 20대 후반까지 비영화인을 섭외해서 급히 모였지요.
이유는 3차 편집의 방향성을 잡기 위함이었습니다.
아직 사운드도 음악도 미비한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 다행입니다.
모니터링이 끝나고 연출부에서 준비한 설문지를 작성한 후, 감독님께서 저녁을 쏘셨지요.
사무실엔 정진영 선배님이 계시긴 했지만, 방해가 될까봐 내내 숨어 계시다가 저녁 식사 자리까지도
피해주셨더랍니다. 그러나... 인기 좋으시더군요.
정선배님이 같이 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애정의 의사표시들을 하면서 살짝 의심도 했지만
어찌되었건 선배님에 대한 애정도나 영화에 대한 기대가 참여한 스탭으로서 뿌듯했더랍니다.
그 자리에 와주신 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고, 감사합니다.
오늘도 봉한오빠는 사무실에 들러 세팅하는 것들을 도와주고 다음 편집 일정을 확인하며 공부해야 한다고 열성을 보였어요.
당연한 것인데도 문득 이런 모습을 볼때면 느끼는 것이 많아집니다.
내 일이 아닌데도 늘 내 일처럼 함께 있어주는 스탭들이 많아요.
물론 그들에게도 그저 한작품해서 작품수를 늘려가는 것만이 아닌 학습이 된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겠죠.
그리고, 다음카페에 가면 황산벌 카페가 있어요.
촬영중에 누군가가 만든 카페인데, 저희 스탭들은 아니구요.
아마도 엑스트라 분 중에서 만드신 것 같은데, 요즘은 마케팅팀이 함께 카페를 꾸려가고 있지요.
거기보면 엑스트라 분들이 올린 현장 일지도 있고 황산벌의 소식도 있답니다.
사실, 깜짝 놀랐어요.
그 뙤악볕에서 무거운 갑옷으로 몸을 칭칭감고도, 썩은 흙 속에서 뒹굴어야 했던 사람들이...
하루에도 서너명씩 탈진으로 픽픽 쓰러지고, 갖은 무기에 다쳐서 피를 봐야 했던 사람들이...
우리 카페를 만들어서 공유하고 있을 줄이야...
이따금 그 카페를 보면서 '이만하면 영화 만들 맛 나겠구나' 싶어지네요.
웃으면서 일하는 게 아직도 잘 되지 않는 저로선 반성하는 계기도 되고
늘 즐겁게, 웃으면서 일하자고 하면서도 머리가 새대가린지 맨날 까먹는데, 자극이 되네요.
지금 촬영 중이신 분들, 또 촬영하실 분들... 힘이 들때마다 인상이 찌그러 질때마다 의식하세요.
<웃어야지...>
사뭇 이런게 내공이 아닌가 싶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