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 우린 이긴다.
montazu
2003.08.10 01:47:29
와... 정말 덥네요. 살인적인 날씹니다.
지난주엔 습기까지 차서...
드디어 막바지에 치닫고 있습니다. 내일은 49회차입니다.
지난주... 5일동안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오전 6시 기상 오후 7시반 철수.
장마가 끝나고, 태풍이 오기전 습기 가득한 무더위 속에서 엑스트라 2백여명은 꽉막히고 무거운 갑옷을 왼종일 입고
진흙과 비, 피로 진창이 된 바닥을 뒹굴어야 했고, 스탭들은 살인적인 더위에 더욱 까매지고 햇빛 알레르기에도 불구하고
진창을 누비며 촬영을 해야했죠. 엑스트라들은 하루에도 대여섯명이 탈진해서 쓰러지고, 각종 무기나 방패에 맞아
피를 봐야 했죠. 카메라 두대를 매일 들고 흔들어야 하는 촬영기사님들 역시도 맞고 넘어지고 삐고... 촬영퍼스트 봉한오빠
넘어가는 사다리에 헤딩~. 부랴부랴 병원에가고, 아시바에서 떨어진 전적이 있는 제작실장... 이번엔 버터플라이 모서리에
맞아 CT촬영까지하고, 조감독님은 안그래도 대상포진으로 고역을 겪는데도 그와중에 뛰어내리다가 종아리 근육이 놀라
쩔뚝거리고, 소품팀 경돈이형, 제작부 박은혜, 장염으로 쓰러져 버렸습니다. 그 외에도 날마다 엑스트라들은 코피를 쏟아 내고 스텝들은 찍히고 긁히고 탈진하면서도 큰 불만없이 촬영은 계속되었죠.
모처럼 내린 비가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이제 동네 사람들도 눈치가 빠삭해서 촬영여부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시간 맞춰 구경 나옵니다.
이따금 관광온 친척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가이드를 하는 동네 아저씨는 우리보다 세트 구석구석을 더 잘 설명합니다.
애나 어른이나 그저 신기해서 하다못해 비치해둔 소화기까지 가지고 놉니다.
우린 불난줄 알고 열라 허둥대기도 하죠.
이런 와중에도 우린 잘도 놀거리들을 찾아서 놉니다.
쉬는날 구름 인서트 찍으러 나가서 카메라 뻗쳐놓고 덩치가 산만한 형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부루마블을 하고
비온다고 해물이랑 파랑 밀가루 사다가 옹기종기 모여앉아 커다란 손으로 반죽해서 부침개를 부치고
진흙 무데기 만들랬더니 똥냄새나는 썩은 진흙을 들고도 좋다고 진흙싸움을 하고
카메라 들다가도 바로 특효모드로 전환! 활던지고 창던지고 돌만들고
허구헌날 삽질하고, 낫으로 풀베고, 대도구들을 옮겨도 좋다고 으싸! 으싸!
숙소오면 여자스텝들이 쓰다 남은 팩으로 피부관리에 들어가고, 이따금 예쁘게 과일깍아 돌리기도 합니다. (깜찍! 깜찍!)
현장편집기로 얼추 편집이 정리되고, 요즘들어 감독님에게 밤낮으로 시달리는 현기사님.
덕분에 스탭들은 간간히 시사회도 하고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하지요.
곧 두 장군님들의 최후를 찍습니다.
황산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역사와 현실을 등에업고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거칠고 투박한 앵글과 편집을 합니다.
늘 웃을 일만 있진 않겠지만, 웃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아직은 좋은 현장인 것 같습니다.
굳은 일 앞에서 먼저 웃통벗고 뛰어드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도 금새 사과할 줄 아는 사람들...
힘들어하는 사람 앞에서 미소를 보일 줄 아는 사람들... 아직은 그런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