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가라면 서럽다!

montazu 2003.04.27 01:46:54
머리 크기가...

오늘은 우리 조감독님을 소개 하지요.

이따금 작업일지를 올리시곤하는 조감독님의 영어 닉넴은 sung lee 입니다. --;
황산벌의 조감독이자, 모 회사의 전무이자... 암튼 명함으로 봐선 직업도 가지가지 입니다만,
군 제대 후, 여지껏 영화판을 떠나본 적이 없으십니다.
물론, 영화하면서 포지션도 다양하십니다.
물론 메인은 연출부와 조감독이었지만, 촬영부, 제작부장, 메이킹등...
한국 영화의 구석구석 구석만을 누빈..ㅋㅋㅋ 암튼, 흔적을 남기셨지요.
사실, 씨네월드의 이전 영화도 그랬고, 이번 영화에도 감독 제의를 받았지만
무쇠같은 똥고집으로 여전히 자신의 미학 속에서 허우적 대십니다.
어쨌거나 감독 스스로 자신의 영화 세계를 갖는 다는 건 좋은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조감독님에게도 풀리지 않는 아니, 종기같은 고민꺼리가 하나 있습니다.
대학교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두상이 작은 조막만한 (?) 얼굴이었습니다. (사진으로 확인됨)
그러나 군 제대 후, 조감독님의 머리는 부푸러 풍선처럼 하루가 다르게 자라더랍니다.
이젠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자가 어찌나 작기만 한건지... 원망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가 되면 모자 선물이 젤 많이 들어 옵니다.
올 여름 뙤악볕에서도 맨 얼굴로 직사광선을 그대로 흡수해야 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ㅋㅋㅋ
아, 그렇다고 뚱뚱하진 않으세요.
아마도 성질 때문엔지... 살이 찌는 체질은 아닌듯 합니다.
그냥... E.T.를 닮아간다고 해야 하나...?
우린 이따금 다른별 사람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진화하는 모양도 그렇고, 가끔 엉뚱한 발상에 유전자 자체를 의심해 보기도 하지요.

왕년엔 술을 마시면, 사고를 쳤다고 합니다.
와일드 해진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제가 본 모습을 짧고 굵더군요.
1차에서 정신없이 드시고나면, 남들 한창 UP되는 2차에선 그냥 잠만 잡니다.
언제 와일드 해지는 건지...

수요일에 크랭크 인입니다.
이틀 전인 월욜날 연출부, 감독님, 촬영감독님, 연기자 분들은 먼저 내려가서 리허설을 합니다.
오늘 오전에 문득 지방 촬영으로 잡혔던 것이 양수리로 수정되면서,
내일 당장 내려가자고 감독님이 그러십니다.
후다닥 얼결에 촬영 준비를 하느라 사무실이 부산해집니다.
한창 그러는 중에도 어디론가 사라지셨습니다.

어느새 오후가 지나고, 아직 콘티 정리가 안 끝나서 조급해 집니다.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이 뭐그리 많은지.. 그 많은 시간동안 뭘했는지.. 할 일이 많더군요.
정신없이 책상 위에 문서들을 뿌려 놓고, 노트북 앞에서 헤메고 있는데
책상 위로 뭔가가 날라 옵니다.
뒤를 돌아보니 호빵맨이 빵긋- 웃고 있습니다.
웅? 빵...

그사이 조감독님은 연출부 선물을 사오셨습니다.
현장에서 신고, 입으라고 운동화, 츄리닝들을 사오셨습니다.
우린 luxury 좋아합니다. -.-

우리팀은 서열이 없습니다.
그냥 연출부고, 조감독이고, 스크립텁니다.
개런티도 고만고만 합니다.
<내가 돈이 필요하면, 다른 사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십니다.
그리고 <내가 고생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똑같이 고생한다>라고 말이죠.

그런데, 리더의 생각이 그래서인지...
우리팀 사람들 생각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스토리보드를 겸하는 연출부 오빠도 자신의 스토리보드 개런티를 연출부 개런티로 환원하고,
경험치를 가지고 재고 견주거나 그런 것 없습니다.
그냥 바보처럼 시나리오 고민하고, 자신이 맡은 부분에 좀 더 욕심을 낼 뿐입니다.
사회성? 그런 것도 별로 없습니다.

처음엔 이상했고, 나는 잘 그러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잘 못 그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움추려든 마음에 여유가 생겨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렇게 같이 지내고 싶은 것 같습니다.

다음엔 이런 우리팀 사람들의 좌충우돌 현장 이야기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p.s. 우리팀을, 우리의 호빵맨을... 탐내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