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3가 청년 회의소
montazu
2002.09.22 18:22:10
추석은 잘들 보내셨는지요?
뭐 나름대로 북적거리는 가족들 속에서 혹은 골방에 혼자 틀어박힌 채로 혹은 왠 약속은 그리 잡히는지 날마다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연휴를 보내셨겠지요. 전 명절이든 휴일이든 사람 많이 모여야 할 것 같은 날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답니다. 그래서 나쁜 줄 알지만 지방에 계신 부모님을 뒤로하고 동생이랑 둘이서 비됴를 쌓아놓고 보면서 지냈지요.
얼마전에 사장님께서 교통사고로 입원하셨답니다.
운전하신지 20년쯤 되는데 첫 사고라 하시는 군요. 4중충돌로 목뼈에 금이가 6주진단이 나왔다고 하시는 군요.
사장님은 요즘 병원에서 황산벌의 감독을 생각하시면서 기존 감독님들의 영화를 보고 계시답니다.
저희 연출부 중 한 분은 <선생 김봉두>의 스토리 보드로 알바를 시작했고, 다른 한 분의 아이디어가 내부에서 당첨(?)되어 시높 작업 중입니다. 전에 말한 시네마떼끄가 생각보다 잘 유지되고 있진 못하지만, 덕분에 갖다놓은 비됴들을 간간히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본 <빌리 엘리어트>는 개인적으로 무지 자극적이었더랬죠. 오랫만에 감각이 살아있는 영화를 본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잠시 지금의 시나리오 작업이 지지부진 한 탓에 저희들 역시 갈피를 못 잡고 떠 있었더랬죠. 그래서 다른 작업을 해보려 했지만 역시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보고 싶고, 공부도 될 것 같고, 또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것도 있겠지요. 그래서 이젠 딴 맘 안 먹고 매진 해 보려 합니다.
아직 한 작업을 끝까지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방황이 있었던 시간들을 같이 보내고 나니 좀 더 끈끈해 짐을 느낍니다. 최근 사장님은 또다른 제안을 저희들에게 하셨지요. 주에 두편 정도의 각자 시높이나 아이디어를 갖고 스터디 형식의 토론을 해보자고 하셨지요. 물론 저희들의 작업이나 시높 중에서 영화화할 가능성이 있는 작품에는 적극 투자하시겠다고 하셨지만, 저흰 꼭 그런 이유만으로가 아니라 함께 좋은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의지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 연출부는 사장님에 대해서 항상 한 영화사의 사장이라는 것과 현 충무로의 제작자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작업을 할 생각이지만, 같은 영화인으로서 저희들에겐 좋은 선배라는 것도 잊지 않죠.
앞으로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금보다 더 어려워 질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작업이 재미있는 영화, 좋은 영화로 완성되도록 끝까지 지켜봐 주신다면 더욱 힘이 날 것 같습니다. =^^= 다음달 정도면 황산벌의 시나리오 각색 작업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충무로 경기가 영화판의 IMF라고 하더군요. 여러분들도 많이 어렵고 힘드시겠지만 그럴수록 여유를 갖고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